김상오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차장
폭염에, 폭우에…. 도깨비 같은 날씨에도 시민들의 편리함을 위해 배달해주는 라이더분들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일부 라이더의 무질서한 운행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교통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한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21년 2만 598건, 2022년 1만 8295건으로 교통사고 건수는 전년대비 12.6% 감소했으나 사망자수는 2021년 459명, 2022년 484명으로 5.4% 증가했다.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수 증가가 배달라이더의 증가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신속함을 중요시 여기는 치열한 배달 경쟁으로 인해 일부 이륜차 운전자의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의 법규위반으로 발생한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과 같은 중대과실 사고의 경우 중상 이상의 상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이륜차의 경우 안전모 외에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신체가 외부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작은 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가 법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운전자의 신원 파악과 처분이 어려운 점을 악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런 경우 무책임한 운행으로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인지해야할 부분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사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명의 사망자가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있었을 것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사망사고를 하인리히 법칙으로 계산해보면 484명의 사망자는 1만 4036명의 사고로 인한 경미한 부상을 14만 5200번의 무상해 사고 경험이 있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배달종사자 보호구 착용 실태조사를 통해 이륜차배달업에 종사자 중 70% 이상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경험이 있었다’고 대답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편리함과 동시에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을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사고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륜차 운전자 스스로 안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과 이를 지켜나가는 실천을 통해 우리 모두가 안전하면서 배달서비스를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