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 원자잿값 이어 ‘철근누락’… 사업리스크 커져
“잘못된 관행, 예우 없애고 적정원가 이윤 보장 구조 이어져야”

건설업계에 ‘한파’가 찾아오는 분위기다. 원자잿값 인상에 이어 '철근 누락' 사태로 업계를 향한 전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사업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이미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 등 영향으로 실적이 급감한 주택 건설 사업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각 건설사엔 각종 하자 등을 점검해 달라는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LH 철근 누락 아파트에 도입된 ‘무량판 공법(기둥만으로 천장 받히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안전점검을 벌였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초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민간 아파트 293곳을 전수조사하는 만큼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도 진행 중인 사업을 재검토하는 등 속도를 늦추고 있다. 무량판 공법으로 진행하던 아파트는 설계도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역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더욱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잿값 인상과 미분양,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안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데, 재시공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면서 주택사업을 확장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이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물론 지역 중소·중견 건설사들조차 최소한 주택사업 부문에서 몸을 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역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이나 전관예우 등 많은 부분에서 수정돼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겠지만 이 기회에 고쳐져야 하는게 맞다”며 “다만 적정원가에 대한 이윤보장을 해주는 구조가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분양가가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란게 현실”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당분간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주택건설 시장의 경우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공사를 해야하는 시공사들은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건설업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의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최악의 경우는 민간 건설사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마치 모든 건설사와 현장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부분”이라며 “무량판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고, 무량판구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보강철근을 뺀 것이 문제인데 전수조사 이후 보수·보강공사라도 제대로 해서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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