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아간 이들의 발자취를 좇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골라인에서는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가시밭길인지, 감당하기 힘든 여정이 될지 쉽사리 내다보기 힘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외는 언제나 있는 법. 이서하(29·여)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따라올 수 있는 발자취가 되고자 20대부터 치열하게 움직인다. 먹고 싶은 것도,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을 청년이지만 누구보다 앞서 나아가고자 하는 이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업은 강사, “도전은 못 참아”

이 씨의 본래 직업은 강사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강사 일을 수년간 해오다 현재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교육 컨텐츠를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경험은 강사라는 명함을 받아들었을 때와는 달리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모델 도전이 대표적인 예시다. 1000명이나 되는 참가자 앞에서 15초간의 워킹, 자신감만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시도다.

게다가 대전이라는 도시에 애착이 강한 그는 우연찮게 찾아 온 2023 대전청년주간 아나운서에 도전, 당당히 청년진행자로 선발되기도 했다. 언론학과 출신답게 어렴풋이 언론인의 꿈을 꿨던 것이 오늘날 크게 작용한 듯했다.

“청년대표로서 인상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었던 건 많았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기회가 없었어요. 근데 올 1월 직업 특성 상 복식호흡과 발성을 준비하던 찰나에 대전청년주간 아나운서 공고가 떴어요. 운좋게도 아나운서에 선발되면서 꿈을 이뤘죠. 특히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도전으로 더는 여한이 없을 따름입니다.”

 

◆청년을 사랑하는 청년

펜싱을 즐기고, 재밌는 영화를 본다. 젊은 시절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 관련 책을 읽는다. 마카롱 한 박스를 이틀 만에 해치우는 등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먼 ‘행복한 일탈’을 하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한 청년 중 하나인 이 씨의 나날들이다. 그러나 한창 청년의 삶을 보내면서도 ‘청년’에 관심이 많은 게 이 씨다. 대전청년내일센터와 청년기획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단다.

“대전 청년들이 자기 끼를 발산하고 주체적으로 할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취업시장도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고 말이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든가 젊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등 아쉬운 경우도 많아요. 대전도 청년네트워크가 수도권 못지 않게 활성화돼서 창의적인 활동이 이뤄졌으면 하는데 말이죠.”

이 씨가 이처럼 청년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청년이 사회 선순환의 중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세대간 갈등은 늘어나지만 청년의 범위는 늘어나는 것이 현주소다. 이러한 시기에 가장 창의적이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청년에게 많은 지원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앞서 아동과 고령층 등 다양한 연령층의 컨텐츠를 개발하고자 했던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다.

“굳이 청년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다른 연령층에도 영향을 끼치고 싶었어요. 시니어 계층은 경험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청년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선순환되면서 재생산이 되지 않을까하는 얘기죠. 중간계층을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케어를 잘 해주면 좋은 영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군가의 우상을 꿈꾼다

멀리서 보면 이 씨의 삶은 희극같아 보이지만 그에게도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정환경과 여러 힘든 일들이 버겁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강한 멘탈과 기죽지 않는 자신감으로 삶을 이겨내고자 했다. 그 결과 20대가 훌쩍 지났단다. 이제는 차근차근 ‘이서하’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수많은 위인들처럼 정점에 서도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은 것이 그의 목표다.

“하는 일도 그렇고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들이 아프고 힘든 건 비슷하겠지만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해요. 언젠가는 저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