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시장 ‘헬로모모’ 이미경 씨
버려지는 천 작품으로 승화
환경 생각한 공방이지만 공간 부족해
자영업닥터제로 지원받은 수납장
단골들 신제품 한눈에 알아봐

세상에는 다양한 공예작품이 존재한다. 가령 여러 원단을 연결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하는 ‘퀼트’도 그 중 하나다. 요즘처럼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는 때 자투리 천을 활용해 파우치, 지갑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퀼트는 분명 매력적인 공예다. 이러한 퀼트 작품은 눈에 띄게, 보기 좋게 진열돼야 소비자들의 이목을 이끌 수 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헬로모모’를 운영 중인 이미경(51·사진) 씨에게 자투리천과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 이유였다. 아기자기하고 따듯한 소품으로 가득한 공방에서 작품을 만들어보이고 있는 이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는 가게
이 씨가 이곳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은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전통시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 살아남은 것을 보면 대전 토박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결혼을 하면서 대전으로 오게 됐다. 차츰 대전에서 자리를 잡던 그에게 취미가 생겼는데 바로 지금의 생업으로도 연결된 퀼트였다. 지난 1997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게 이 씨의 적성에 딱이었고, 이후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공방을 열게 됐다.
“원래는 공방을 운영했었습니다. 한 5년 정도 공방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지인이 잠깐씩 일을 해달라고 하면서 이곳과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시장은 다른 곳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었고, 때마침 임대할 자리가 생겼길래 곧바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좀 더 전문성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시장일지라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잖아요. 또 상품권도 있다보니 사업자 등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꼬박 10년이 흘렀네요.”
그렇게 모두에게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HELLO MOMO’가 됐다. 이 씨의 작업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친환경에 대한 철학도 담겨있어서다. 최근 섬유 폐기물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버려지는 자투리천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의 작업공간에 마련된 수납장과 책상·의자 하단부에는 퀼트와 환경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많은 양의 자투리천이 상자와 봉투에 담겨 있었다.
“퀼트는 조각천이 모여 완성되는 공예입니다. 어느 순간 이불 등을 만들도 남는 천들이 버려진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천이 폐기되길래 한복천과 이불천 등을 활용해 업사이클링을 해볼까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고 멀쩡한데 버려진다는 게 정말 아깝잖아요. 자투리천을 활용하는 퀼트공예에겐 딱이죠. 최대한 남겨진 천을 재활용하고 싶어요. 요즘은 에코백조차 재고가 쌓이고 있잖아요.”
◆ 차츰 쌓이는 조각천들
이 씨의 선한 실천은 분명 긍정적 바람을 일으켰지만 버려지는 천들이 차츰 쌓이게 되면서 작업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진열해도 눈이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천을 계속 받아서 쌓아두니 지인들로부터 어느 정도는 버리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버리려고 시도도 해봤는데 애정이 담겨 있는 천이다 보니 정리가 쉽지 않았어요. 퀼트는 조각이 모이는 작품이고 보관하고 있는 천들을 어떻게든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나에게 진열장이 필요하다는 걸요.”
◆ 발품팔아 얻은 빛나는 진열대
요즘 같은 고물가에 가구를 구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 씨의 시계는 작업에 외부 수업, 전시회 준비, 행사 등으로 이래저래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방법을 고민하고 이리저리 방안을 찾아보던 중 자영업닥터제를 발견했다. 그는 이번 사업으로 작품을 전시해 둘 진열대를 마련하게 됐다. 발품팔아 이곳저곳 알아보던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외부활동이 많아 작업실의 개념이 컸지만 가게라는 본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가 깨끗하게 정돈돼야 했어요. 그래야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 손님에게도 작품이 눈에 띌 수 있으니까요. 공예는 상품 진열을 시기별로 변화를 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크리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10~11월부터 작품을 만들고 진열해야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해 12월에 사용하는 거죠. 확실히 깨끗해지고 분위기가 바뀌니 손님들도 좋아했습니다. 수납장 만큼이나 필요했던 사람들의 피드백에 만족했습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곧바로 알아차릴 정도였습니다.”
그의 자부심은 진열된 작품들을 통해 더 커졌다. 이 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자 작품을 만드는 공예가다. 내달 13~17일 갤러리 ‘유원’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로 공예 쪽은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외부로 나가 퀼트 수업을 해 수입을 마련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으니까요. SNS 등을 통해 홍보를 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가게에 있어야 할 시간도 늘어 어찌보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퀼트 공예는 보통 한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적게는 한 달부터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오랜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대박났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