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모든 회사원이 안다. 특히 혼자만의 취미가 아니라 팀 단위를 이뤄야 한다는 건 더욱 그렇다. 특히 누구나 로망을 갖고 있는 직장인 밴드라면 유지 자체가 너무나도 힘들다.
기본적으로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주기적으로 합주를 해야 실력이 쌓이기 때문에 별도의 팀 단위 연습 시간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밴드는 해체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대전의 청년들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 ‘유월미’는 꾸준하다. 비록 지금의 팀이 만들어진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청년답게 늘 도전하는 걸 마다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팀을 이어오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의 모임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게 아니라 별도의 생업이 있는 밴드라면 모두가 그렇듯이 다른 직장인 밴드와 마찬가지로 유월미는 적잖은 멤버 교체가 이뤄졌다. 지금의 전성민(34·기타) 씨, 황승현(39·드럼) 씨, 김효영(32·여·베이스) 씨, 김예강(34·여·건반) 씨, 장봉수(32·보컬) 씨로 고정된 게 오래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각자의 이유로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며 지금의 유월미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유월미의 정확한 유래는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 왔단다. 첫 밴드 결성 당시를 따 6月의 아름다움(美)라는 뜻과 함께 ‘Your’와 ‘Me’가 합쳐졌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내려오고 있을 뿐.
그래도 이들은 순수하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만나 여러 대회에 나가 입상에 성공한 실력파 밴드라는 건 확실하다. 각자의 생업이 있고 추구하는 음악이 다름에도 이들이 확실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단 하나의 철칙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어서다. 1주일에 주기적으로 몇 명이 나오든 반드시 연습실에 출석한다는 것이다. 어떤 날엔 모두가, 어떤 날엔 단 2~3명만이 모이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해당 철칙은 지켜지고 있다.
“무조건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모여서 3시간이라도 연습한다는 걸 불문율로 여기고 있어요. 비록 다 모여 연습하는 게 힘들어도 일단 모이면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직장인 밴드에 비해 출석률이 굉장히 좋은 편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보다 유월미는 각기 나이가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에서도 지속력을 가졌다. 이들은 멤버 간 서로에게 배울 게 많다고 한다. 생업에서 전문적인 분야가 서로 다르니 조언을 구할 때도 있단 것이다. 또 음악적인 점에서도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이 다르지만 연습할 곡을 선정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악기에 대해, 좋은 음악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속감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곳도 없으니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끼리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나눈다는 것도 밴드의 강점 중 하나다. 그래서 자칫 게을러져 다 모였음에도 연습을 건너뛰는 일도 있지만 생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런 식으로 풀기도 한다고.
“각자 나이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잖아요. 거기다 서로 하는 일도 모두 상이하니 대부분 직장인 밴드는 오래 가지 못하죠. 그런데 유월미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연습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걸 배운다고 느껴요. 나이가 많다고 나이가 적은 멤버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도 없죠. 서로가 존중하니까요.”
◆“두려워 말고 도전하세요”
멋지게 악기를 연주하며 만들어 낸 하모니에 신나게 노래를 불러본다는 일탈은 모두가 한 번씩은 꿈꿨다. 그래서 물었다. 음악을 해보고 싶은 직장인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고. 돌아온 대답은 굉장히 원론적이고 상투적이었지만 큰 울림을 주는 대답이었다. 청년에게, 아니 더 나아가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해 6시에 업무를 마친다는 회사생활은 모두에게 힘들죠. 출·퇴근 시간까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받고 취미생활을 즐기기 힘들어요. 그래도 한 번은 도전하고 실천해 봐야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 우선은 해봐야 무슨 일이든지 벌어집니다. 직장인 밴드를 하다 보면 분명 힘에 겨운 날도 있겠지요. 그러나 단기간에 뭔가 이뤄지는 건 절대 없어요. 늘 멀리 보고 동기 부여할 수 있도록 자기 마음을 다잡아보세요.”
그저 직장인 밴드를 꿈꾸는 이들에게 던진 조언이었지만 굉장히 묵직했다. 그럴 게 유월미 같은 밴드의 시초는 록이다. 록은 1930년대 클래식과 블루스 중심의 음악시장은 거센 도전을 맞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에 진절머리가 난 도전적인 청년은 강렬한 소리를 원했고 그렇게 탄생했다. 록은 주류에 대한 저항이자 도전, 그리고 청년을 상징한다. 청년으로만 구성된 유월미는 비록 취미로 모였지만 이들에게 음악은 인생 그 자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