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지 않는 일을 마땅하다고 진언하기가 싫어서였다. 그런 와중에 한 중신이 입을 열었다.“대왕마마의 뜻이 그러시다면 중용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허나 아직은 충분히 그를 알 기회가 없었던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를 검증한 뒤 중용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되옵나이다.”진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다른 신하 한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
간접적으로 신하된 도리와 간신의 범주를 일렀다.“그렇다면 군주는 어떻게 해야 하오?”진왕은 한비자가 지독한 말더듬으로 지루할 만큼 더듬거렸지만 귀를 기울이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면 주변의 신하들은 시기하는 눈초리로 왕과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더듬거리는 말투며 어눌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한비자가 어눌하게 말했다.“송구스럽다니 우리는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가 아닌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게.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네. 그러니 어서 술이나 마심세.”이사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한비자는 이사의 호의에 감사했다. 역시 동문수학한 이사가 진짜 친구라
“한나라는 정국으로 인해 잠시 수명을 연장시켰을 뿐 거두어들이심에 문제가 전혀 없사옵나이다. 반면 정국의 대수로 공사는 관중 주변 지역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으며 장차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관중의 수많은 농토마저 비옥하게 됨으로써 이는 우리의 경제발전에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으로 되옵나이다. 대왕마마. 부디 청하건대 정국으로 하여금 대수로 공사를
정국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간언했다.“그렇다면 진나라의 어디를 수공으로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 “일찍이 관중지역은 강수량이 적어 수해는 일어나지 않으나 가뭄으로 매년 백성들이 고생을 하고 있나이다. 신이 청하건대 서쪽의 경수를 끌어들이고 동쪽의 낙하 물을 댈 수 있다면 그곳은 비옥한 옥토가 될 것이옵나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는 진나라에 힘이 부쳐 늘 전전긍긍하는 형세를 면치 못했다. 한나라 왕은 진나라가 쳐들어올 때마다 영토를 떼어 화친을 청하는 것으로 화를 모면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후궁과 미녀들을 팔아 황금으로 진나라에 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나라는 유약했다. 한편 한나라 왕은 진나라가 곧 쳐들어올 것이란 정보를 접하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위
“과인은 열세 살 어린 나이에 등극했소. 그러다 보니 정사는 태후와 승상 여불위가 전담하고 과인은 어깨너머로 구경이나 하는 처지였소. 게다가 궁실에 불행한 일이 연이어도 힘을 쓸 수가 없었소.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소. 태후는 물러나고 여불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소. 드디어 과인이 뜻을 펼 때가 된 것이오.”진왕이 솔직히 털어놓았다
막상 어디서든지 자신을 알아준다면 충성을 다하겠다고는 마음먹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착잡한 기분이었다.‘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들을 위해 일할 수야 없지. 암 그렇고말고. 진왕의 그릇이 그 정도라면 미련 없이 진나라를 떠나야 할 것이야. 그에게도 희망이 없어…….’ 이사는 여산
“아무렴. 내 어찌 그것까지야 당부드릴 수 있겠소. 다만 나를 찾으시면 여산 쪽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시 길을 떠날 것이라고만 전해주시구려.”이사는 상소를 위사에게 맡기고 발길을 돌려 터덜터덜 동쪽으로 향했다. 진나라에서 더 이상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동쪽에 있는 또 다른 나라로 들어가 뜻을 펼 욕심이었다.한편 위사에게 전달된 상소
이로써 이사는 그날로 진나라에서 벼슬길에 올라 장사(長史)라는 직책을 얻었다. 물론 여불위의 심복이 되어 그를 보필했으며 뒷날 중서령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노애사건으로 여불위가 쫓겨나면서 결국 그도 함께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하남까지 따라가 자결한 여불위의 시신을 거두어 북망산에 장사를 지낸 이도 이사였다.이사는 여불위의 장례가 끝난 다음 초나라 고향
여불위는 그제야 이사가 쓸 만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며칠 뒤 진왕 영정에게 천거했다. 진왕 영정이 이사를 굽어보며 물었다.“그대는 초나라 사람이면서 왜 진나라에서 벼슬을 얻으려고 하는가?”“소인배는 기회를 놓치지만 성공을 하려는 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이옵나이다. 지금이 진나라에서 벼슬을 얻기가 가장 좋은 때
그렇게 수년을 공부한 이사는 어느 날 스승 순자 앞에 나아갔다. 큰절을 올리고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스승님, 이제 제가 스승님을 하직하고 세상에 나아가 출세를 하고자 하옵니다.”뜻밖의 이야기였다. “나는 세상이 너무 어지럽고 분분하여 물러나려 하는데 어찌 그대는 왜 하필이면 이런 때에 나아가려 하는고?”순자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사는 그 길로 사직서를 던지고 길을 떠났다. 그가 무작정 찾아간 곳은 초나라 난릉의 수령 순경(筍卿) 즉 순자의 문하였다. 이사가 이토록 과감하게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선 자신이 처한 위치가 곳간의 창고지기라면 도둑질을 해도 그 정도의 규모에서 이득을 챙기게 되지만 국가에 나아가 큰 도둑이 된다면 보다 많은 이득이 생길 것이란 계산
진왕이 친정체제를 갖춘 뒤 중용한 사람 가운데는 이사(李斯)도 있었다.이사는 본래 초나라 상채에서 관청의 창고를 지키던 하급관리였다. 그는 그곳에서 곡식을 백성들부터 거두어들이거나 나누어 주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곡식을 거두는 것도 아니고 또 매일 곡식을 나누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일 년에 한두
“그대는 어떤 방도로 천하를 통일할 수 있겠소.”“신이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겠나이까. 다만 미력한 힘이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대왕마마께옵서 천하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을 드릴 뿐이옵나이다.”“그 방법을 일러 주시오.” 진왕이 다가앉으며 말했다.“신은 일찍부터 사물을 움
왕 앞에 나아가 절을 올리지 않는 것은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며 이는 곧 거역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살아남기 힘든 불충이었다. 그럼에도 돈약이 그러한 서한을 올린 것은 진왕의 그릇됨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진왕은 그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과인에게 절을 올리지 않아도 좋으니 만나보았으면 하오.”진왕은 이런 내용의 친서를 적어
그러나 위료의 입장에서는 달랐다.한때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고 또 지근에 두고 자신의 뜻을 그대로 수용하여 정책에 활용했던 것과는 달리 만날 기회가 줄고 자신의 계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지자 위료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겼다. 그것을 지켜본 객사 관리가 말했다.“객경 나리 어디로 떠나시려고요?”“떠나야지. 이곳에 더 이상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충남도청 내포마루에서 열리는 민선 취임 6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다.
“대왕마마. 죄인 여불위가 죽은 뒤에 그를 흠모하는 빈객과 문객들이 하루에도 수천씩이나 조의를 표하고 있다 하나이다.”“무어라? 조문객이 하루에 수천에 달해? 그래 그자들이 어떤 자들이라고 하던가?”“문객 가운데는 이 나라 고관대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6국에서 몰려든 문객들이라 하옵나이다. 그들
진왕은 다시 손을 내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더듬기 시작했다. 긴 더듬이로 먹이를 찾아 나서는 귀뚜라미처럼 곳곳을 탐색했다.때로 딱딱한 돌기가 만져지는가 싶으면 이내 드넓은 구릉을 지나 눅눅한 풀숲이 만져졌다. 살아있는 조갯살을 만지는 야릇한 감각이 자신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감미로움에 흠뻑 취한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물풀처럼 흐느적거리며 진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