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료품, 비주류음류 물가 5% 이상 치솟아
소주와 맥주, 우유와 햄버거 등 줄줄이 인상
4분기 전기요금도 변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올랐다. 10월부터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보다 더딘 둔화 흐름으로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3.3%)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주·맥주 출고가 인상, 원유(原乳) 가격 상승에 따른 유제품 가격 인상 등에 이어 올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등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소비자물가 석 달 연속 3%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8% 올랐다. 8월(3.4%), 9월(3.7%)에 이어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며 상승폭 또한 확대됐다. 이상저온 현상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고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도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채소류(5.3%), 곡물(12.8%), 과일(25.8%)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농산물 물가는 13.5% 상승했다. 지난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 기록이다. 여기에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6월 -25.4%, 7월 -25.9%, 8월 -11%, 9월 -4.9% 등 전년과 비교해 하락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하락폭이 줄어드는 만큼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먹거리물가는 천정부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연간 누계비 기준 2019년 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의 물가가 오른 영향이다. 특히 외식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이를 뛰어 넘는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6.4% 올랐다.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음식서비스 물가는 7.7% 상승했다.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이다. 수치상 지난해보다는 나아 보일 수 있지만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올해의 상황이 더 악화했다 평가할 수도 있다. 전년보다 7.7%가 뛴 지난해를 기준으로 함에도 올해 6.4%가 더 올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악재는 계속
지난달 외식(4.8%)과 가공식품(4.9%) 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여기에 최근 햄버거, 우유, 소주, 맥주 등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먹거리 물가가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이용하는 버거 4종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올해만 두 번째 인상이다. 맥도날드는 이달초 빅맥을 포함 총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다. 맥도날드 역시 올 2월 일부 제품가를 5%대 인상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원유(原乳)가격이 8.8% 인상되면서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소주와 맥주 출고가도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주정과 공병 가격 인상 등의 이유로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80원),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 카스·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업계 1위의 소주·맥주 업체의 제품 가격 인상 결정은 다른 주류업계 제품 인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안 ‘변수’
지난달 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김동철 한전 사장은 “4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25.9원 인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에 시행하면서 올해 기준 연료비를 ㎾h당 45.3원 올리기로 했는데 현재 이것에 못 미친다. 올해 인상한 기준연료비 19.4원을 제외한 25.9원의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올 4분기 전기요금 조정 관련 관계부처 협의가 길어지면서 결국 기한을 넘겼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정협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은 앞선 아홉 분기 동안 총 47조 52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한 해에만 32조 66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 폭등 사태가 겹친 영향이다. 원가보다 판매가가 저렴한 역마진 구조에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늘어난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인상 수준은 변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요금 조정이 필요할 때 해야 하지만 국민 경제 부담 역시 고려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