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생기부 조회 열풍
7~9월 생기부 발급 6배 급증
“대체로 긍정평가에 자기 위안”
MBTI 이어 ‘셀프 분석’ 유행

MZ세대 사이에서 학창시절 생활기록부 조회 열풍이 불고 있다. 어릴 적 내 모습은 어땠는지, 선생님들은 나를 어떤 학생으로 바라봤을지를 찾아보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성격유형검사(MBTI)를 넘어 이제 생활기록부가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정부24와 무인민원, 창구 등을 통해 발급된 생기부는 285만 7689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6만 6182건)에 비해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생기부 발급 방법은 간단하다. 정부24 홈페이지에 접속, 로그인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된다. 단 2003년 1월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부터 발급이 가능하다.
MZ로 대표되는 젊은층들은 생기부를 발급해 ‘행동특성’ 부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기도 한다. 행동특성은 담임교사가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서술한 부분인데 한두 문장으로 정리된 해당 부분을 읽으면 어릴 적 잊고 있었던,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해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단다. 이선미(34·대전 중구) 씨는 “생기부에 ‘명랑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급우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로 학급의 협동을 유도함’이라고 적힌 걸 보곤 나도 몰랐던 장점에 새삼 놀랐다”며 “대체적으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많아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생기부 발급이 줄 잇는 현상에 대해 주거와 직장, 결혼 등 현실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청년들의 고민이 반영된 흐름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교사들은 학생의 단점보다 장점 위주로, 현재의 문제보다 개선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생기부를 작성하는데 이를 통해 나름의 힐링을 한다는 점도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역 대학의 한 심리학과 교수는 “생기부를 조회하고 온라인에 게시하는 현상은 ‘어떤 10대를 보냈는가’를 반추해보면서 지금 현재의 나를 설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것”이라며 “‘난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싶어 하는 심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