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껌뻑밀면칼국수 박쾌목 씨.

타지 생활 중 만나는 고향 사람은 참으로 반갑다. 귀에 익은 말투를 들으면 어느새 긴장이 풀리기도 한다. 여기에 몰랐던 고향의 정취와 별천지로 바뀐 오늘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꽃이 만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음식은 더더욱 다양한 감각으로 추억을 자극하고 지역민의 소울푸드로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음식으로 향수병을 치료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인데, 부산에서 대전으로 온 박쾌목 씨의 껌뻑밀면칼국수가 그렇다.

◆대전에서 밀면 팔기

서대전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근에 세월에 바래진 음식점이 유독 눈에 띈다. 대전시민들에게 맛은 제쳐두고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밀면’을 파는 박 씨의 껌뻑밀면칼국수 얘기다. 다만 빛바랜 간판과는 다르게 박 씨의 요리 생활은 길지 않았다. 회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월급쟁이의 삶이 갑갑하게 다가왔다. 특히 연차가 쌓이면 쌓일 수록 직장인으로서의 마음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조리사 자격증은 사전에 따놓은 상태였는데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좀 지루해졌죠. 마침 누나들은 창원쪽에서 밀면 장사를 했으니까 저도 이때다 싶어서 요리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박 씨가 대전에서 밀면집을 연 것이 올해로 10년이 훌쩍 넘었다. 다만 타지에서 지역 음식을 파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단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처음 맛보는 음식이 익숙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밀면이 계절을 타는 음식이다 보니 박 씨는 부산식 칼국수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도마동에서 밀면집이 개척됐고 방송을 타기도 해서 소위 말해서 맨땅에 헤딩 수준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았죠. 또 부산사람과는 달리 대전 분들은 밀면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있었기에 생소한 반응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특히 겨울에 시원한 음식을 낼 순 없으니 칼국수도 메뉴판에 걸어 놓기도 하고 있죠.”

수도꼭지가 추가로 설치된 모습.
수도꼭지가 추가로 설치된 모습.
도시가스 교체 후 모습.
도시가스 교체 후 모습.

◆외형보다 내실

오랜 세월을 버틴 만큼 맛에는 사람들의 이견이 없을 터였지만 노후화된 시설은 손님 입장은 물론 새로운 고객을 맞이해야 하는 박 씨 입장에서도 신경 쓰이기 마련이었다. 오래된 환풍기는 매장 안 모두에게 불편했다. 특히 무더운 여름 면을 삶아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시설 개선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도중 박 씨는 자영업닥터제라는 기회를 마주했다.

“운좋게도 대전시가 시행하는 자영업닥터제를 알게 돼 신청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 당시 위생을 중요시하는 손님들을 위해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내부 시설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특히 박 씨는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 특성상 수도꼭지를 하나 더 설치하고 마력이 부족한 환풍기를 교체하기도 했다. 예쁜 간판과 말끔한 벽지 등 외적인 측면을 바꾸는 것이 손님들에겐 플러스 요인일 수도 있었지만 내부 시설에 힘쓰기로 한 것이 박 씨의 전략이었다. 여기에 도시가스도 새롭게 고치는 등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 결과는 성공적.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자영업닥터제를 진행하고 나니 깔끔하고 청결해진 게 눈에 보이죠. 이전에는 지저분하기도 했으니 손님들이 꺼려하시는 점 등 복합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매장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특히 도시가스를 교체하면서 경비가 절약되니 매출이 오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따듯한 가격을 나누다
날씨가 쌀쌀해질 때쯤이면 박 씨는 대표메뉴인 밀면 외에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떡국 등을 메뉴판에 올려 놓는다. 여기에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는 것은 물론 소비촉진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맛뿐만 아니라 따듯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찾아가기 위해 박 씨는 오늘도 불철주야 소비자와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밀면의 경우 방송에도 몇 번 나오고 하니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밀면 외에도 부산식으로 칼국수와 떡국, 떡만둣국도 판매하고 있죠. 식사류 가격도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된 만큼 저렴하게 내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 손님들이 따듯하게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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