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영관이 하나만 있던 예전 영화관.

‘단관(單館)’은 글자 의미로 하나만 조성된 공간이나 건물인데 근래 대체로 멀티플렉스라고 부르는 복합영화관과 대비되는 200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 극장 형태를 지칭한다.

1990년대까지는 거의 대부분 극장에 상영관이 하나만 있었던 단관으로 운영되었는데 개봉관 상영이 끝나면 재개봉관, 3번관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관객들이 같은 영화를 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동네 극장에서는 영화 2편을 함께 틀어주는 동시상영이 허다했고 가정용 VTR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대중문화의 주류를 이룬 곳이 극장이었다. 한 곳에서만 영화를 상영하니 지금처럼 1000만 관객은커녕 30만 명 정도가 들면 그야말로 기록적인 흥행성적이었다. 개봉관 한 곳의 좌석수가 1000개일 경우 하루 5회 상영에 두 달간 매일 매회 빈자리 없이 들어차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더구나 전산시스템이 가동되기 전이라 지방 영화관 통계는 포함되지 않으니 그나마 기록의 정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1977년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한 ‘겨울여자’가 58만 5000여 명을 동원한 기록 등은 당시로는 엄청난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늘어나면서 1000만 관객이라는 미증유의 기록은 매해 증가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3년 ‘실미도’가 1100만 명 관객을 모은 뒤 지금까지 30편의 영화가 1000만 이상을 끌어들였다.

최다 관객동원 영화는 ‘명량’(2014)으로, 기록에 따르면 1761만 5437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1/3 이상이 본 셈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전 국민의 1/3이 동일한 영화를 관람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을 텐데 외국에서는 관객 숫자 대신 전 세계 흥행수입 10억 달러를 기준으로 삼는다니 우리의 경우와 직접 비교는 어려울 듯하다.

코로나 기간 중 꽁꽁 얼어붙었던 영화계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들어 상영이 끝난 1000만 관객영화는 아직 1편으로 44년 전 바로 오늘 일어난 신군부 군사반란에서 반란군-진압군의 대결을 그린 영화가 600만 명을 넘어 1000만 고지를 향하고 있다.

1000만. 이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는 데 소요된 시간 기록이 흥미롭다. 2015년 개봉한 ‘어벤저스:엔드게임’은 불과 11일 만에 1400만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명량’이 12일, ‘신과 함께-인과 연’이 14일, ‘극한직업’은 15일 만이니 엄청난 군중몰이는 사회학적,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대중문화 연구 주제로 삼을 만하다.

1899년 문을 연 프랑스 에덴 극장.
1899년 문을 연 프랑스 에덴극장.

1899년 프랑스 남부 소도시 라 시오타에 문을 연 에덴극장을 세계최초의 영화관으로 간주하는데 바로 여기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상업 영화를 최초로 개발한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상영했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도 지금까지 124년의 전통을 지켜오는 이 작은 공간이 폐관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관람보다 개별적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보기를 선호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멀티플렉스의 미래도 불투명해 보인다. 더구나 인상을 거듭하는 입장료, 긴 상영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불편함 등이 맞물린 이즈음, 가장 대중적인 문화공간인 영화관의 미래는 어떻게 나아갈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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