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여의도연구원 객원 연구원

올해도 한달이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역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매년 경제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년만큼은 올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4년 새해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새해 역시 올해 초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및 원자재가, 금리, 환율 등 금융·자산시장의 여건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시 불황 가능성이다. 물론 2024년 연중 내내 두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 보이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로 생각된다. 물가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기준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2%다. 같은 달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이상 마이너스 행진이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5.2%로 호조를 보였지만 이후 경제지표들은 ‘경고등’이 켜졌다. 실업률은 올 상반기 월평균 3.5%에서 지난 10월 3.9%까지 올랐다. 그동안 증가세를 지속했던 소매판매도 10월에 들어 -0.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물가·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0%대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38%(올해 1∼11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그나마 최근 살아나던 수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내수 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고금리·고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윤석열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은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주춤거리거나 더 나아가 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씀씀이를 줄이고 리스크가 큰 경제활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상반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날로 올라가는 물가에 모두 힘겨워 하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도 연말연시가 찾아왔듯 내년도 우리를 찾아온다. 다만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를 잘 버텨 가장 태양이 뜨거운 시기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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