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2022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10대 사망원인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쓰러지고 나서야 병세를 알게 된다. 이처럼 뇌혈관질환이 무서운 점은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미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치료가 어려우며, 치료를 해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따라서 뇌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뇌질환 검진을 1~2년에 한 번은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뇌혈관은 다른 혈관에 비해 근육층이 얇고 결함이 잘 생긴다. 약한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반대로 혈관이 막혀서 뇌 조직이 괴사되는 경우인 ‘뇌경색’이 있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 예를 들어 머리 안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깜짝 놀란 경우다. 그 뒤로 계속 아프다거나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또 한쪽 팔다리 마비증세, 시력장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어지러우면서 중심을 잡기 힘들 경우 등이 갑자기 나타날 때에도 빨리 병원을 찾아 꼭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 뇌혈관 질환인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고혈압성 뇌출혈은 전신마취를 한 후 개두술로 뇌에 접근하고 병변을 제거한다. 최근에는 중재적 방사선학의 발전으로 코일이나 스텐트 등의 장비를 이용해 머리를 열지 않고도 혈관내 치료를 많이 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면서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수술을 통해 동맥류를 묶거나 코일로 색전술을 시행한다. 뇌동정맥기형은 주로 뇌혈관이 뭉쳐 있다가 파열해 뇌출혈을 일으키는 병으로 뇌수술로 기형을 제거하거나 색전술로 막기도 하며 뇌정위적 방사선 수술로 제거한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혈압이 높아져 뇌출혈을 일으키는 병으로 정위적으로 관을 삽입하여 혈종을 뽑거나 개두술로 혈종을 제거한다. 급성 뇌경색의 경우 혈관내 수술로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를 시행한다.
뇌혈관질환의 치료는 첫째도 둘째도 시간이다. 빠른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다. 단 뇌혈관전문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가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빠른 시간 내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뇌졸중 즉, 뇌경색 또는 뇌출혈에 대한 캠페인이 전개되고, 정보도 많이 공유돼 병원 내원 시간이 빨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골든타임이 지나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갑자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증상이 밤에 나타났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가 한쪽 마비가 심해진 상태로 아침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때가 많다.
현재 뇌졸중 골든타임이 4시간 30분이다. 하지만 빨리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을수록 결과가 더 좋다. 여러 검사와 조사를 진행하는 데 보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대로 증상을 파악하고 빠른 시간 내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바로 찾으면 최대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동네 병원 한두 군데 들렀다가 오히려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저녁에라도 증상이 의심된다 싶으면 곧바로 응급실을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