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연구교수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우회전 시 일시 정지를 하지 않는 운전자들을 볼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법 개정 후 전체적인 보행자 보호 의무 준수율은 향상되었지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개정 후에도 준수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에 따라 혹은 보행자의 유무에 따라 정지 의무가 달라 헷갈리는 부분이 있고, 일시 정지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등 해외사례를 보면 주변에 보행자가 없어도 차들이 일시 정지를 한 후 다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앞에 차가 일시 정지를 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후행 차도 다시 멈췄다 간다. 호주의 경우,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이어도 보행자가 있으면 많은 차량은 일시 정지 또는 서행한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우리나라 제도가 헷갈리고 모호하기 때문일까? 운전자는 도로의 주인은 ‘차’라고 인식하며, ‘빨리빨리’가 중요한 우리나라 문화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법의 유무를 떠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진 교통문화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할 때다.

이륜차 사례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이륜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통행은 전면 금지되어 있다. 이는 원활한 교통 소통과 안전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통행의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속도로 이륜차 통행금지를 해제하라는 헌법소원이 꾸준히 있었고 2021년부터 4차례의 청원도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는 배기량이나 제한속도 등 특정 조건하에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가능하다. 독일은 설계속도 60㎞/h 이상이 나오는 기종이면 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하며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50cc 이상 모두 통행 가능하다. 독일과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교통 소통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통행을 허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 이륜차 운전자들의 과속이나 차간 주행 등 난폭운전 행태가 여전하고, 일반 국민들이 이륜차 운전자들을 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륜차 운전자들이 우선하여 운전 행태를 개선하고 안전 운전을 실천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제도도 그에 발맞춰 바뀌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저상버스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노약자, 장애인, 유모차도 승하차가 가능한 버스다.

2022년 저상버스 도입 현황. 국토교통통계누리
2022년 저상버스 도입 현황. 국토교통통계누리

표를 보면 2022년 우리나라 저상버스 도입률은 34%에 머문다. 이 수치도 서울의 높은 도입률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의 도입률은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상버스 탑승이 어려운 건 비단 낮은 도입률 때문만은 아니다. 탑승과 하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버스 운전자와 일반 승객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야 한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 저상버스의 도입 확대도 중요하지만, 교통약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동 가능한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편리한 이동 환경을 누리기 위해서 교통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한 교통문화가 확산된다면 개인의 삶 그리고 사회 전반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