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2000년대 이후 늘어나기만 하던 골프 인구가 2023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현상을 놓고 스포츠 레저 연구자는 그 관점에서 해석을 내놓고, 사회학자나 경제학자는 그 분야의 관점으로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분석한다. 심리학자도 심리학적으로 어떤 해석이 가능한지 의견을 제시한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타당하다.

레저산업 연구자는 최근 수년간 신규 골프장 개장이 없고, 회원제 골프장 일부가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등의 시장변화에서 원인을 찾아냈다.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는 국민 1인당 GDP 2만 달러에서 시작하는 골프는 3만 달러가 넘어서면 하향세로 접어든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심리학자는 고소득층이 골프장을 떠나 승마장과 요트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은 이미 중산층의 놀이 공간이 된 골프장에 더 머물려 하지 않는 심리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모든 의견에 공감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심리학 측면의 분석에 눈길이 간다. 인간은 앞질러 가는 사람을 따라잡으려는 성향을 보이고, 한국인은 유독 심하다. 고소득층이 새로운 문화를 개척하고 즐기면 중산층이 무리해서라도 그걸 따라붙는 패턴은 지금껏 이어졌다. 테니스, 실내수영, 볼링, 골프 등의 종목에서 그런 현상을 반복했다.

대략 한국의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잡는다. 우리보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의 520만 명보다 많은 수다. 일본도 1992년 무렵 골프 인구가 148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20년 만에 한국보다 적은 수의 국민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1992년 당시 일본 1인당 GDP가 3만 2000달러였다고 한다.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 우리의 골프 인구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유추가 충분히 가능하다.

골프 한 경기를 하는 데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앞 팀과 뒤 팀의 경기 진행을 살펴야 하고, 매너를 요구하는 경기다 보니 엄격한 룰에 따라야 한다. 많은 여유를 갈망하는 고소득층이 불편을 느낄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더욱이 골프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든 이후 골프장에 중산층이 대거 몰려든 데다 거친 매너를 보이는 불량배의 출입까지 늘었다. 그래서 고소득층은 골프장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 나셨다.

상류층만의 사교와 레저를 즐기고 싶던 고소득층은 골프 대중화 이후 서서히 골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앞 뒤 팀의 경기 진행을 살피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엄격한 룰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은 승마장과 요트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중산층이 진입하지 못한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누리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극상위층은 빠져나가고 중산층 중에 추가로 골프장으로 올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골프 인구가 감소하는 건 당연하다. 매년 감소 폭이 늘어날 거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산층은 또 기를 쓰고 극상위층을 따라잡을 거다. 그들이 1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 따라 사고, 그들이 2천만 원짜리 시계를 사면 따라 사며 쫓아간 게 중산층이다. 볼링장, 테니스장, 실내수영장도 계속 따라붙었다. 골프장은 4반세기 만에 중산층이 완전히 장악했다. 그러니 극상위층이 승마장과 요트장으로 떠나는 건 당연하다. 일부는 경비행기장으로 떠났다. 어디 한번 따라와 보라는 거다.

골프 인구는 현재를 정점으로 하여 앞으로 계속 감소할 게 분명하다. 중산층 중 일부는 무리해서라도 민첩하게 승마장과 요트장으로 고소득층을 따라붙을 게 당연하다. 골프는 개인당 하루 20만~30만 원과 이동시간 포함 10시간이 필요하지만, 요트는 바닷가 마리나로 이동하고 항해까지 하려면 최소 이틀의 시간과 100만 원 이상의 경비가 든다. 개인 요트를 사려면 억대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못 따라붙을 거란 생각은 기우다. 예상하건대 대한민국 중산층은 수년 후 전국 마리나를 장악하고 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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