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편향 ‘건국전쟁’]

이승만 전 대통령 일대기 조명
다큐 장르로는 이례적 흥행
‘업적평가 정치 편향성’ 두고
진영·세대 간 엇갈린 평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눈물을, 한쪽에선 한숨을 내쉰다. 지난 23일 대전의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 상영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순간 관객들의 반응이 그랬다.

아직은 한적한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영화관에 노년의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역사를 전한다는 취지로 3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기록된 필름과 증언자들의 도움을 통해 과거를 복원한 건국전쟁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내와 함께 온 김 모(71) 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좌파 세력에 의해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그동안 얼마나 모욕을 당하셨냐”며 “이승만 건국대통령은 위대하다는 말로도 모자른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지난 23일 대전 서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준섭 기자
지난 23일 대전 서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준섭 기자

영화를 보기엔 조금 이른 오후지만 객석은 금세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채워졌다. 러닝타임 100분간 영화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功)을 부각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덕분에 1919년 3·1운동이 가능했고, 농지개혁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됐으며 ‘독재자’ 낙인이 찍힌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과 자유당이 주도한 것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역시 사실상 그의 원맨쇼에 기인한 결과물로 소개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없었다는 게 건국전쟁의 핵심인데 의도된 편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건국 1세대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갈무리와 함께 영화가 끝났다. 관객들의 퇴장 속 한참을 자리를 지킨 이가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한상덕(67) 씨다. 한 씨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나라를 세워 주신 것, 6·25 전쟁으로 나라가 공산화될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 미국에 긴급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며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꼭 보고 배우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러나 모두가 영화를 가슴 뭉클하게 본 건 아니다. 몇 없는 젊은층의 관객들의 반응이 그랬다. 역사는 관점에 따라 차이날 수 밖에 없다해도 아닌 건 아니란다. 명백한 과오까지 무마하려는 시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30대 정 모 씨는 “사실 제목에 ‘건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왜곡이 있을 줄은 알았는데 상상 이상”이라며 “이미 인식된 역사적 사실과 대조해서 공과를 따지는 게 아니라 공만 가지고 와 다른 쪽을 찍어누르는 진영을 의식한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기준 건국전쟁 누적 관객수는 충청권 7만 182명을 포함해 85만여 명,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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