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화학기술 개발, 국가와 인류에 기여
‘우리를 위한 화학, 지구를 위한 화학’ 비전

국내 화학산업의 역사는 소비재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화학산업은 그 규모가 영세했고, 대부분 완제품을 수입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1962년과 1966년 1차,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화학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러한 요구로 인해 탄생한 기관이 바로 화학 분야 유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이다. 화학연의 설립은 1973년 연구학원도시(현재의 대덕연구개발특구) 건설 계획과 함께 구체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1973년 초 연구학원도시의 입지를 충남 대전시와 그에 인접한 대덕군 일원에 걸친 약 810만 평으로 확정하고, 같은 해 5월부터 1974년 12월까지 일련의 연구사업을 통해 연구학원도시의 구체적 건설계획을 마련한 뒤 1976년 9월 설립됐다.

설립 이후 기관의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운영비가 늘어나고 더 이상 민간기업의 출연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자 연구소는 재정자립을 위해 연구수입의 확충에 주력하고 적극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추진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산업계 수탁연구로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고 이후 좀 더 안정적인 연구를 위해 정부로부터 연구과제를 받아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인 정밀화학 제품을 국산화 개발하고 이를 수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정밀화학 부문의 특정연구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되면서 연구 인력이 늘어났고, 이전까지 주로 소규모의 산업계 수탁연구에 의존하던 연구활동이 크게 확대됐다.
1990년대 들어서 화학연은 신물질 연구에 주력하는 한편 국가 대형연구 개발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활동을 통해 선진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외국 기술을 모방하던 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단계로 나아나기 시작했다.
화학연은 2000년대부터 첨단 화학 소재 기술 국산화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울산석유화학단지 내에 분원 설립을 추진해달라는 울산시의 요청에 따라 2007년 울산테크노파크 정밀화학센터 내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울산지원센터는 화학산업의 지형을 바꿨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 에너지 등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짐에 따라 화학연은 국가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했다. 탄소자원화, 고부가가치 녹색 화학소재, 의약바이오, 융합화학 원천기술 분야의 연구를 강화하고 환경,질병, 안전, 에너지, 물, 식량 문제 등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기술 개발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설립 50주년을 맞는 화학연은 '우리를 위한 화학, 지구를 위한 화학(Chemistry for Us, Chemistry for EARTH)'을 비전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화학연은 현안을 해결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화학기술 혁신 글로벌 리더이자 소통과 협력의 중심에서 산·학·연을 지원하는 화학기술과 정책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