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대전맹학교 학생들 수업현장
안마 분야 진로 개척 위해
병 발병원인·이치 등 공부

▲ 18일 대전맹학교에서 이료재활전공과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헬렌켈러는 ‘눈이 먼 것보다 더 안 좋은 건 볼 수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늘의 세상이 그렇다. 신체 건강하지만 꿈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런 현실 속에서 몸은 불편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사회에 귀감이 되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의날을 앞두고 18일 안마사를 꿈꾸는 대전맹학교(교장 문성준) 학생들을 만났다.

따뜻한 봄 햇살 가득한 아침, 대전맹학교 이료재활전공과 교실에선 병리 수업이 한창이다. 안마사로 활동하기 전 병의 발생 원인과 이치를 배우는 시간이다. 이료재활전공 학생들 중엔 선천적으로 시력이 낮은 이가 있는가 하면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시력을 잃은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만희(42)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자 약간의 시력이 남아있는 학생들은 독서확대기를 이용해 화면 속 커다란 글씨를 읽거나 책을 코 앞에 갖다 대며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바쁘다. 그렇지 않은 학생은 올록볼록한 점자책을 활용한다. 사진 자료는 단체 채팅방을 활용해 바로 바로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 수업에선 특별하게도 칠판 판서나 필기는 없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이 술술 이어간다. 손가락은 어깨의 고장으로, 발가락의 고장은 허리까지 이어진다는 교사에 설명에 혈 자리를 짚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이 아니면 의료법에 명시돼 있듯 안마사라는 직업은 가질 수 없어서다. 학생들이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추태욱(32) 씨는 “안마사를 꿈꾸며 이론과 해부학적 지식을 몇 년간 배우며 공부했고 예민한 촉각으로 사람들에게 피로가 풀리는 안마를 제공하고 싶다”며 “시각장애를 갖고 집안에서만 생활하거나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용기를 내 학교에서 공부하며 함께 꿈꿀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학생들은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지역민이나 교직원들에게 안마 실습도 병행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미래를 그리는 것이다. 김지수(28·여) 씨는 “낯가리고 긴장했지만 보람을 느껴 한방 치료 원리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겪으며 일반 초·중·고·대학교 과정을 마쳤는데 맹학교에 입학해 점자나 보행 등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기술을 배웠고, 안마사라는 또 다른 진로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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