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박2일 프로가….
최근의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준의 억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몇 년 전의 ‘1박2일’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신체적 우위를 점한 사람이 억지를 써서 재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억지를 쓰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으로 절망스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도, 시합이나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룰을 정하더라구요. 그런데도, 힘을 가진 사람, 떼를 잘 쓰는 사람이 억지를 부리면 재경기를 하기도 하고, 이긴 것을 취소하기도 하고, 우긴 사람이 이길 때까지 경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인 만큼, 자라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으로 걱정이 컸습니다. 단순한 오락 프로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들이냐고 하지만, 룰을 잘 지켜 승복하고, 상식과 규범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서 하는 말입니다.
◇ 선수들이 주장하기를….
예를 들어, 공식 경기를 앞둔 축구선수들이 피파(FIFA)에서 정한 90분을 더 연장하자고 주장한다고 합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축구 구경을 오려면 20분 정도는 더 연장하는 것이 사리(事理)에 맞다고 맹공을 퍼붓는다고 합시다. 그 선수들의 팬들까지 20분 연장이 최선책이라고, 최면 걸린 사람들 같이 목청을 높인다고 합시다.
재화팀 감독은 20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소통 부재의 증거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마음을 열지 않는 기득권자들의 횡포라고 근화팀을 압박합니다. 철화팀 감독은 한 술 더 뜹니다. 축구 경기 시간을 20분 더 연장하지 않는 것은 직장인들에게 구경을 오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압박합니다.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지요. 여러 번 그 규정에 의하여 경기를 하였지만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말 미비한 규정이었다면, 개정을 해야지요. 그러나 시합을 앞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개정하였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재는 기존의 룰에 따라 경기를 하고, 이후 절차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습니까?
◇ 정치가들도 그러네요.
여당에서 자기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경선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요. 5년 전의 경선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는데도 몇몇은 새롭게 룰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경선을 보이콧하였습니다. 그 규정이 잘못 되었다면, 5년 전에 선출된 분은 어쩌지요? 보이콧하는 분들이 모두 힘을 가진 분들이었는데, 5년 동안 그 규정 하나 정비하지 않고 무엇을 했을까요?
야당에서도 경선 도중에, 룰을 바꾸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면서 보이콧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룰을 꿋꿋이 지켜서 후보가 된 사람도, 이제는 말을 바꾸어 기존의 룰을 개정해야 한다고 어이없는 주장을 폅니다. 자신이 갑(甲)일 경우에는 당에서 정한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이제 자신이 을(乙)이 되어 그런다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 아닙니까?
◇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억지를 부리던 연예인이 빠진 다음부터는 ‘1박2일’도 경기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락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고, 그들이 고생하면서 추구하는 지향이겠지요. 그러나 정한 룰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더라도, 아름답게 승복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가들도 그렇습니다. 이미 정해진 법령(法令)에 따라 자신들이 후보로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경기를 앞두고, 규정을 바꾸자는 운동선수의 억지 주장처럼, 시간을 연장하자고 부리는 떼거지가 답답합니다. 운동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예능 프로그램도 상식을 찾아가는 이때, 정치계도 상식이 통하는 아름다운 분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