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도전, ‘내가 만든 지옥’이라면서도 꾸준히 전진
아직은 작은 시장, 그러나 가능성 충분한 시장
든든한 우군 ‘직원’과 함께 오늘도 힘차게

창업 생태계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들어도 5년을 넘기기 힘든 게 그곳의 현실인데 ‘이거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한 이가 있다. 로보아르테 강지영(38)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영학도였던 그가, 로봇 개발이라는 영역에서, 그것도 자동 조리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창업시장에 뛰어들어 겪고 있는 우여곡절을 들어봤다.
◆내가 만든 지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탈리스트)였던 강 대표는 어느 날 창업을 결심했다. VC로서 수많은 창업 아이템과 시장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던 그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 세계 최초로 로봇주방장이 있는 식당이 생겼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다면 투자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문뜩 내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만든 지옥’이라는 말입니다.”
창업을 결정했을 당시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우선은 조리 로봇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혹은 다른 창업 아이템을 들고 와 설득하는 이들도 있었단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GO’를 외쳤다.
“시작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막막했습니다. 우선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죠. 주변에 물어보면 ‘그거 청계천 가면 만들어 준다’거나, ‘중국 어디 가면 된다’ 등의 이야기뿐이었죠. 실제 중국의 한 대공방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기술이 없던 그에게 ‘로봇’ 분야는 거대한 벽이었다. 꽤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았지만 계속 허탕을 칠뿐이다. 더욱이 우선 로봇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나중의 일을 생각한다면 결국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기술을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여러 방향으로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본인의 커리어가 끊기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한 이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생소한 영역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첫 직원을 뽑았습니다. 기계공학과 4학년 1학기를 마친, 스타트업 동아리에 소속돼 있던 ‘학생’이었죠.”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투자와 관련해서도 참 쉽지 않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해봤기에 ‘투자받는 것이 남들보다는 쉽지 않을까’ 혹은 ‘투자를 안 받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특히 최근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
2018년 9월 창업해 가시밭길을 걸어 온 강 대표. 지금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
“멕시코와 미국 뉴욕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해외 진출을 도전해야 하지 않겠냐는 견해에서 한 조언이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에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가 해외시장 진출에 확신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노동환경에 있다. 강 대표가 개발한 조리 로봇의 가격은 약 5만 불 수준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연간 7만~10만 불 정도를, 숙련 노동자들에게는 매달 1만 불을 줘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강 대표의 조리 로봇은 한 대가 시간당 50마리의 닭을 최상위 품질로 튀겨낼 수 있다.
미국 시장에 비해 아직은 저렴한 인건비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강 대표의 조리 로봇의 이점을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매장을 운영해 본 이들은 그 가치를 충분하게 받아들인다. 치킨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인건비가 로봇값을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면 어쩌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같은 길을 걷는 이들
수많은 난관을 힘겹지만 최선을 다해 돌파해 내고 있는 강 대표에게 ‘직원’들은 가장 큰 자산이다. 쉽지 않은 싸움을 해 나가고 있는 그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회사 직원들을 제 손으로 직접 다 뽑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죠. R&D와 관련해서도 직원이 꽤 늘었습니다. 처음 첫 직원을 뽑을 때보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죠. 또 시장에 대한 가능성, 회사의 비전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마당에 마땅한 조리 로봇 하나 없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강 대표는 엄청난 로봇을 만들기보다 우리의 삶에 편의성을 조금 더 넣겠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로봇청소기가 나왔을 당시 많은 불만 사항이 있었습니다. 혼자 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다든지, 문턱을 넘지 못한다든지 등의 문제가 있었죠. 지금은 장애물을 넘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저희도 그렇습니다. 아직은 시장 자체가 작고 제품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습니다만 후에는 튀김기 하나 사듯 살 수 있는 그런 로봇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