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차장

곧 장마철이 시작된다. 평소 비가 오는 날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비는 운전자에게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마철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0~2022년 빗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776명) 32.9%(255명)가 장마철인 7~8월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에서도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장마철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01명으로, 맑은 날(1.31명)과 비교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위험성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빗길 교통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3년 7월에도 전북 남원에서 빗길에 승용차가 미끄러져 등교를 도와주던 아버지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이런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장마철이 공포의 기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빗길 안전운전요령을 숙지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빗길 운전 시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제동거리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성이다. 비가 내릴 때는 차가 물 위에 떠서 다니는 수막현상이 일어나 타이어가 제대로 접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마른 도로에서 승용차의 제동거리는 9.9m였지만 젖은 도로에서는 18.1m로 1.8배나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제동거리 증가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20~50%가량 감속운전을 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2배 이상 넓혀 운행해야 한다. 또한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브레이크는 평상시보다 1.5배가량 빨리 여러 번에 반복해 밟는 것이 좋다.
안전운전과 더불어 장마철에는 차량 점검 역시 생활화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타이어 상태를 점검해 마모가 심한 경우 반드시 교체 후 운행해야 하며, 수막현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타이어 공기압을 평상시보다 10%정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윈도브러시 상태 및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워셔액 분사 시 창유리 잘 닦이지 않거나 소음이 발생한다면 와이어 블레이드를 교체하고 워셔액도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조심하는 것만큼 다른 차량에게 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므로 등화장치가 정상작동 하는지 점검하고, 주간에도 차폭등 및 전조등을 점등하는 것이 좋다.
아직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곧 더위를 식혀줄 장맛비가 내릴 것이다. 장마철에 들어서면 빗길을 운전해야 하는 날이 많아지고, 그만큼 교통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질 것이다.
장마철에는 가급적 운전을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안전수칙을 지켜 공포가 아닌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