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계 ‘문제점 진단’ 토론회
취지 어긋난 추진방향 꼬집으면서
타지역 단체들 사업참여제한 촉구
분기별 예산 분배 등 재정비 의견도

학생들의 문화 향유권을 지키고 지역문화 생태계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대전에서 시행 중인 학생문화예술관람비 지원사업을 재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학생문화예술관람비 지원사업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학생문화예술관람비 지원사업은 지난 2021년 대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된 것으로 관내 초등학교 5~6학년, 중·고등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에게 문화예술관람비 2만 원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5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선 예산 소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전지역 단체가 아닌 타지의 A 단체가 버스를 제공하며 전체 관람비 예산의 90% 이상을 가져간 점을 꼽았다. 좌장을 맡은 이희진 지역문화정책연구소 대표는 “사업 시작부터 단체 영업력을 보유한 기획사 또는 여행사들이 소극장 작품을 대극장에 올리거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작품으로 단체 학생을 동원할 경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예상해왔다”며 “안전상의 우려로 단체 관람이 당연시되고 교육현장에서 이동수단이 필요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발제를 맡은 이인복 대전소극장협회 지회장은 본연의 취지와는 어긋난 사업 추진 방향을 꼬집었다. 이 지회장은 “사랑티켓제도도 규제사항이 있고 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은 관람료에 포함돼 부정 사용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문화예술관람비 지원 조례에 따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타지의 예술단체들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복영한 원도심문화예술IN행동 공동대표는 “단체 관람을 위한 공연을 위주로 운영하거나 소규모 공연을 대극장에 옮기면 공연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분기별 예산을 분배하고 지역 외의 단체는 참여 여부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예산이 어떤 경위로 조기에 소진됐는지에 설명과 사업 시행 취지를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진 민예총 연극위원장은 “사업비 조기 소진에 대한 상황을 공개하고 사업 목적에 맞는 제도 개선,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 심사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영미 대전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단체관람으로 관람비를 소진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문화예술 교육으로 관람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에게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학교와 지역 문화예술 관련기관의 총체적 파트너십 체계 구축을 통해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