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면 쉽게 짜증이 나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와 ‘심신일여(心神一如·몸과 마음은 하나)’ 등의 말처럼 몸이 마음의 집이기 때문이다. 비바람과 더위, 추위를 피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튼튼한 집처럼 건강한 육체는 마음이 병드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과학의 발달, 물질 풍요 등으로 전과는 다른 생활 습관을 갖게 됐다. 편리성이 최우선 가치로 올라서면서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말이다. 핑계가 가득 담겨 있지만 운동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는 거다. 여기 일평생을 운동과 함께한 이가 있다. 현재는 대전 주짓수(BJJ)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상국(36) 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좋았기에, 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었기에 이 길을 걷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꿈을 찾아
중학생 시절 합기도를 배우던 김 관장은 열아홉 살에 주짓수를 시작했다. 당시 이종격투기가 인기를 끌면서 관심 갖게 됐고 대학 진학에는 큰 관심이 없던 그였기에 운동에 눈을 돌린 거다.
“주짓수를 배우면서 즐거웠습니다. 물론 미래를 그려야 하는 시기이기에 고민도 많았죠. 본격적으로 주짓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전역 후의 일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김 관장은 부모님께 본인의 미래 그림을 이야기했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았다. 자식이 편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 마음에 운동은 녹록한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버님이 과거 운동을 했던, 또 운동을 그만두고 막막해 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반대는 더 심했다.
“진심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스승님을 만났고 열심히 운동했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어렵사리 승낙받았습니다. 이후 사범 생활부터 관장이 된 지금도 여전히 주짓수를 좋아합니다.”
김 관장은 주짓수 장점으로 ‘덜 위험하고 성취감이 크며 인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축구, 농구 등의 구기종목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짓수 등 투기종목은 이미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시작하면서부터 심리적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또 주짓수는 누워서 하는 동작이 대부분입니다. 거부감이 크지 않죠. 동작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완벽히 해내고 나면 성취감 또한 큽니다. 아울러 주짓수는 스파링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운동이기에 의지가 약해지기가 쉽지 않고 예의, 인성 등을 배울 수 있죠.”

◆현실의 벽
최근 몇 년간 주짓수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종합격투기(MMA) 대회의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으며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등 유명 대회에서 많은 선수가 주짓수 기술을 사용해 승리를 거두고 있다. 특히 주짓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첫해 여자 62㎏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인기를 높였다.
“한때 인기가 좋았습니다. 유행처럼 붐이 일었죠.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유행이 조금 시들해지던 시기와 겹치면서 타격이 더 컸죠.”
과거 주짓수를 했던 이들은 코로나가 끝난 이후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지만 신규 유입이 적다고 이야기하는 김 관장.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다수 체육관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네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알아가는 중이죠.”
◆계속 도전
김 관장은 즐거웠던 기억으로 관원들이 함께 시합을 나가서 다 같이 응원하는 모습을 꼽았다. 성적과 관계없이 응원하고 환호하며 단합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렇기에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비인기 스포츠 모두가 갖는 그런 설움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금메달도 획득했지만 여전히 무대가 작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도 체육관 소속으로 알고 있고요.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지원도 물론 좋지만 장기적으로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배출해 낼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주짓수에 대한 사랑이 여전한 김 관장. 주짓수를 함께 하는 이들이 늘어나 후배 사범을 두고 연령별, 난이도별 수업을 진행하기를 꿈꾸는 그의 도전을 응원해 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