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가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SNS에 텀블러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인증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텀블러에 아이스크림을 담으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생각보다 편리하다는 게 이유다. 여기에 더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날이 더운 여름에는 음료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일회용품 사용이 많아진다. 그래서 직접 (말)해봤다.
“아이스크림을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일회용 수저도 주지마세요.”
SNS서 인기 ‘텀블러 아이스크림’
텀블러·수저 챙겨가니 플라스틱 제로
정량보다 더 주며 “이런 고객 처음”
티스푼 꺼내니 옆자리서 신기한 듯 쳐다봐

지난 28일 막 정오를 넘길 무렵 장마가 시작되기 전 느껴지는 푹푹 찌는 날씨에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마시겠노라 결심했다. 평소처럼 자그마한 에코백을 들었다. 다른 게 있다면 텀블러와 티스푼, 다회용 스테인리스 빨대를 담았던 것이다. ‘오늘 하루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외출했다. 아이스크림을 텀블러에 담아 먹으면 녹지 않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SNS의 한 게시글 때문이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면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녹아내린다. 이런 아이스크림을 텀블러에 담으면 정말 녹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작은 소망이 기대를 움트게 했다. 카페로 가는 길에도, 카페에 막 도착해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는 사방에서 발견됐다. 카페에서 다회용컵이 사용되고 있었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여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틈에서 조심스럽게 텀블러를 꺼내고 직원을 향해 물었다. “아이스크림 텀블러에 담아줄 수 있을까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기자의 취지는 좋았지만 막상 말을 꺼내고보니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직원 역시 당황했지만 이내 가능하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직원이 아이스크림과 함께 일회용 수저를 내어주기에 티스푼이 있으니 괜찮다고 만류했다.
직원 A(25·여) 씨는 “텀블러에 아이스크림을 담아달라고 주문하는 고객은 처음이고 우리가 제공하는 정량과 달라 순간 고민했다. 다음에 텀블러를 가져오면 더 이쁘게 담아주겠다. 특별히 더 담아드렸다”라며 웃어보였다.

텀블러를 건네고 전통시장에서도 받기 어려워진 덤을 받았다. 사실 텀블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수저 외에 파생되는 일회용품도 막는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 한 잔을 담아내는 포장 부자재나 드라이아이스, 보냉팩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걸음을 옮겨 많은 양의 커피를 내려주는 단골 카페로 향했다. 사장님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담긴 다회용기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뜯어 꽂으려 했다. “빨대 안 줘도 괜찮다. 일회용품 사용 안 하고 있다”는 다급한 말에 사장님이 멋쩍은 듯 웃었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이었다.

기자가 하루 동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불편한 건 텀블러와 티스푼, 다회용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하는 기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뿐. 아무래도 아직 우리 사회는 일회용품보다 다회용기를 더 이상하게 바라본다. 환경을 생각한 기자의 실천이 뿌듯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만감이 교차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