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운전자 사고 잇따르고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율도 높아
고령 운전자 혐오 분위기 비화 우려
전문가 “운전능력 객관적으로 봐야”

▲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로 고령 운전자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고 차량 운전자가 68세의 버스기사라는 게 밝혀지면서 쟁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율은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13% 높고 운전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운전자들도 최근 5년간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 개인의 건강·정신에 따른 안전교육을 실시·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일 밤 9시 27분경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량이 인근 호텔 주차장 출입구부터 가속해 일방통행로를 200m 이상 빠르게 역주행하고 인도로 돌진했다. 보행자를 비롯해 차량 두 대와 연달아 충돌한 후에야 멈췄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68세였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응급실을 돌진해 3명이 다쳤고 6일 서울역 인근에선 80대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다쳤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위험성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는 258만 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 8287건으로 사고율은 4.57%다. 반면 65세 미만 운전자 사고율은 계약 건수 1828만 7065건, 사고 건수 73만 9902건으로 4.04%다.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율은 65세 미만의 1.13배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초보 운전자보다 베테랑 운전자 교통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한 해 평균 20만 7503건이다. 이 중 면허 취득 15년 이상 된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연평균 12만 5718건으로 전체의 60.6%에 달했다. 반면 면허를 딴 지 1년이 안 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의 2.5%(연평균 5228건)에 그쳤으며 면허 취득 5년 미만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0%(2만 2901건), 5년 이상 10년 미만은 11.6%(2만 3993건)였다.

반복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고령 운전자를 비롯한 노인 비난·혐오 상황으로 비화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를 강화(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운수업 종사자 중 상당수가 고령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통해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령층 이동권 제한, 혐오 조장’ 등 반발이 일면서 고령 운전자가 아닌 고위험 운전자로 명칭을 수정한 바 있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고령 운전자 개인에 대한 운전 중 인지·판단·조작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그에 맞춘 실질적인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상권  (전)한국교통안전공단 수석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 개인의 객관적·주관적 교통안전 수준의 차이를 체감하도록 검사 및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베테랑 운전자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신체변화와 고착화된 운전습관의 차이가 사고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인지·판단·조작 능력, 신체 상태 등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안전에는 둔감해질 수 있다”며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할 경우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인지 벌점, 사고 이력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관련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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