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방학을 며칠 안 남겨둔 우리 학교는 어제와 그제 독서주제융합 활동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양한 교과 내용을 융합하여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을 마련하려는 취지이다. 학생들도 그렇지만, 지도하시는 선생님 역시 매년 다양한 교과의 선생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선생님 역시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실습을 수행해보고, 기술 발달 속도를 미루어볼 때 다가올 사회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예측, 사회적인 문제를 탐구해보는 시간으로 계획하였다.
특히 독서주제융합이라는 의미에 맞게 인공지능 관련 도서를 선정해야 했는데 평소 재미있게 보았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을 주저 없이 골랐다. 워낙 다양한 SF물을 OTT나 영화관, 모바일 플랫폼 등을 통해 접해본 아이들이기에 사실상 최초의 로봇에 대한 설정을 탐구해보는 것이 매우 신선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지닌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상상력을 다른 친구 앞에서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는 경험을 해봄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다른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공감의 시간을 경험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토론은 ‘로봇에 대한 자기 결정권 부여’라는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팀을 이루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정 도서에 등장한 로봇들이 인간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단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의 모습과 유사한 행동을 나타내거나, 감정을 가진 것처럼 여길 수 있는 부분들이 나왔기에 이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논쟁들이 벌어졌다. 또한, 활동 중 사람과 겉으로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안드로이드들이 세계적으로 보급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상을 시청하였는데, 여기서 묘사된 로봇은 사실상 새로운 인류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해서 토론 과정 중에 그 내용들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도 교사로 토론을 지켜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멋지고 대단한 말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 마음을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간절함이었다. 평소에 과목 선택 아이들만 지도하다 보니 처음 접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하나 같이 매우 열정적으로 말을 하길래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는 반응들도 많았다. 또한, 토론 중 교차 질의라고 하여 일대일로 질의 및 응답을 주고받아야 하는 단계가 있는데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상대방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꼼꼼하게 메모한 내용들을 들여다보고 근거로 언급하는 모습을 보니 저런 능력들을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을까 하는 놀라움이 절로 들기도 했다.
매체를 통해 요즘 청소년이 영상을 주로 접하고, 콘텐츠를 그대로 접하는 것보다 타인의 해설과 소개를 즐겨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처럼 말하기 좋아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리를 전개하는 것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가 교육 현장에서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의 공간에 참여하는 것은 말하기 능력을 갖춘 아이들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함양을 갈망하고, 더 나은 사회인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더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관련 교과 프로그램을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