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묻는다. 네 꿈이 무엇이냐고. 운동선수, 의사, 교사, 유튜버 등이 아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장래희망이다. 물론 개중에는 ‘아직 꿈이 없다’는 아이들도 있다. 자신이 타고난 재능이, 또는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이 없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저 ‘아직’ 모를 뿐이다. 조금 늦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 일 아닐까.

여기 본인의 일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대전 유성지구대 소속 김지호(29) 순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뚜렷한 꿈이 없었지만 의경 생활을 계기로 경찰의 꿈을 키웠고 결국 그 꿈을 이룬, 그리고 앞으로도 꿈을 이어갈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경(憧憬)
‘어린 시절 뚜렷한 꿈이 없었다’고 말하는 김 순경이 경찰의 꿈을 갖게 된 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군대 시절 갖게 됐다.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하게 된 김 순경은 가까운 거리에서 경찰의 삶의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꿈을 키웠다.

“누구나 다 하는 고민이겠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아버님도 공무원이시고 친척들도 공무원이 많다 보니 막연히 공무원을 해야겠다는 생각 정도만 있었는데 의경 생활을 하면서 ‘경찰’에 대해 관심이 커졌죠. 가만히 앉아만 있는 성격도 아니었고 다양한 일을 하는 경찰이 내 길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제대 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뎌진 최근이지만 김 순경은 현재의 생활이, 또 앞으로의 미래가 한 가지로 귀결된다. 계속 경찰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것, 그리고 보람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언뜻 생각하기에 경찰이라는 조직은 업무 특성상 상명하복 등 경직된 분위기를 띨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경직된 분위기가 아닙니다. 생각보다는 편안한 곳입니다. 막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의견을 내기도 하고 소통이 잘 이뤄집니다. 복지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천직(天職)
김 순경이 근무하는 유성지구대는 대전에서 손꼽을 정도로 바쁜 곳 중 하나다. 관할 지역이 넓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대전의 핵심 상권으로 부상한 봉명동에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신고라는 것은 제법 큰일이 터졌을 때만 할 것 같지만 실제는 많이 다르다.

“지구대에서는 다양한 일을 합니다. 지역 내 치안 유지와 112 신고 처리가 주 업무입니다. 취객을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다양한 민원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그 수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집에 데려다 달라는 취객이 있기도 하고 택시를 잡아달라거나, 돈을 빌려달라는 민원인도 존재한다. 지구대로 직접 전화 신고를 하고선 횡설수설하는 일도 적지 않다. 또 긴급출동하는 순찰차를 보고도 양보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게 아니란다. 비일비재다.

“저희를 자주 보는 분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저희가 미울 수 있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저희가 막기 때문이죠. 지역 치안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저희는 미움을 삽니다. 저희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뿐입니다.”

◆존중(尊重)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게 경찰은 분명 힘든 직업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다하는 게 그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미움을 산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도 불린다.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서 억울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민중의 지팡이가 다른 의미로 쓰인다. 말도 안되는 민원을 제기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주는 월급 받고 일하는 주제에’라든가, ‘민중의 지팡이라는 것들이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자기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폭행해 놓고는 경찰이 제지하면 ‘민중의 지팡이가 나를 엮어 넣으려고 한다’거나, ‘민중의 지팡이가 사람잡는다’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경찰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장에 나간 경찰이 하는 행동들은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일입니다. 현장이 오래 지속되면 많은 이들의 피해가 쌓이기 때문에 경찰의 요구에 적극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경찰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 출동할 때, 어쩌면 그곳을 가장 무서워하는 이들은 경찰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한 원한 없이도 누군가를 찌르는 흉흉한 세상, 그러한 위험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본인의 위험을 감수하는 게 바로 그들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이 기사는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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