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 각자에 주어진 인생이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 오답을 반복한다. 몇 피스의 그림인지, 그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 때론 퍼즐 맞추기를 포기하고 방치할 때도 있지만 여정은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김성주(29) 씨도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우연히 시작한 유튜브를 첫 퍼즐 조각 삼은 그는 또 다른 세상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첫 번째 조각, 유튜브
20대 초반의 김 씨는 잠시 일본에서 살았다. 그는 외국에서의 생활과 젊음을 추억하고자 일기 대신 블로그를 시작했다. 뭐라도 남기면 좋을 것 같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블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어느 순간 그는 파워블로거가 돼 있었다. 어려서부터 관심받는 걸 좋아했던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양분 삼아 더 열심히 글을 게재했다. 차곡차곡 입지를 다져가던 어느 날, 한 팬으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곧 영상시대가 오니 유튜브로 갈아타는 게 어떠세요?’
당시 유튜브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없었다. 뭐 거의 불모지 수준이었달까. 기술적인 부분이 없어 고심하던 김 씨에게 나라의 부름이 도착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군 생활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유튜브를 시작할 여유가 없었다.
“바로 시작하지 않은 걸 후회한 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 열풍이 불었습니다. 군대 전역 후 바로 유튜브 영상 제작을 독학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날 밤새우면서 전념했죠.”
얼마 안 가 그의 노력은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어려서부터 아이돌을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일본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 리액션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단시간 내 조회수 22만, 18만, 15만을 찍었다. 하루에 100명씩 늘어나는 구독자에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아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았던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오고 말았다. 해당 프로그램이 종영하면서 콘텐츠 수명이 다 됐기 때문이다.
“그때는 제가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재밌어서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전혀 아니었죠.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에 제가 편승한 거였습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냈다.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꾸준함이 그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것이라 믿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도 유튜브 채널에 대한 애정이 커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 하면 즐거운 것들을 제작해 올렸어요. 때마침 작사·작곡 의뢰, 가수 데뷔, 뮤직비디오 제작 등 좋은 기회가 연달아 찾아왔죠. 타이밍이 잘 맞았습니다.”
전혀 배워본 적이 없는 음악이었지만 혼자서 차근차근 감을 잡아갔다. 그렇게 쌓인 실력으로 그는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고 홍성군 홍보영상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등 꽤 큰 액수의 상금을 손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마지막 조각을 찾아서
나름대로 입지를 키워갔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K-POP 아이돌에 대한 동경을 지울 순 없었다. 서른 살에 가까워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커졌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영상 제작 경력을 이어갈 방안을 찾다 게임·영화 영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실감영상학과에 진학했어요. 좋아하는 걸 하니 학창시절 좋아하지 않던 공부였는데도 시간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과탑이 돼 있었답니다.”
아르바이트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며 졸업작품 제작까지 마친 그는 이제 새로운 길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유튜브라는 세상을 넘어 이제는 업계 프로가 목표다.
“전공과 관심사의 공통점을 찾으니 아이돌 뮤직비디오 제작자가 적성에 맞더라고요.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션캡처작업을 시도하면서 새삼 확신이 생겼습니다. 최근 아이돌 중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제가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을 깨달았습니다.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런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퍼즐이 어떤 그림인지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미래를 사람들에게 그려 보이는 그에게서 ‘목표를 이뤄내고야 마는 사람’ 특유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자신의 꿈을 이뤄내고 말 것이란 믿음이 마음 속에 피어났다. 그가 부디 새로운 종착지에 순탄히 도달하길. 그의 여정을 응원해 본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