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다. 다만 시대상이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만큼 맡겨지고 짊어진 책임을 완벽히 다하지 않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떠한 사회 공동체가 수많은 고비를 겪는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데에는 자기 직책과 직무를 스스로 감당하고 해결하려는, 즉 자신의 일을 책임지고자 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이라는 가치가 개인의 성장은 물론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정우상(33) 씨는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우연한 기회
청년에게 미래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불투명하다 또는 불안하다는 답변이 되돌아 온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매일 같이 의문을 가지는 것이 오늘날의 청년들이다. 물론 정 씨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그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정 씨의 불안정한 미래는 조금씩 방향성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자율전공학부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그러던 와중 오늘의 정 씨를 만든 강연을 듣게 됐단다. 로스쿨에 진학하고 변호사라는 직업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였다는 얘기다.

“1학년 당시 학부장이셨던 교수님을 통해서 로스클 재학생 한분과 부장판사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강연을 듣고 법공부가 타고난 머리보다는 성실함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보니 법쪽으로 도전해봐야했다 싶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무기 ‘책임감’
어린 나이는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무기이지만 때로는 발목을 잡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업무 실력에 대해 무시받거나 평가절하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씨도 그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게 젊은 나이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을 탓하기보다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담당변호사가 젊어 보이는 경우에 간혹 전문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경우에는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하고 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어린 나이에도 전문성이 있다는 근거를 보여드리기 위해 시간은 걸리지만 의뢰인 마음을 사려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얻은 직업인 만큼 정 씨의 인생 철학은 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명확했다.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그의 신념이기도 했지만 군대에서의 경험도 컸다. 당시 공보장교로 활동하면서 어중간하게 남을 돕고 책임을 지는 것보다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보고 들었다. 여기에 변호사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만의 철학을 완성시켰다.

“이왕 도움을 드릴 거 확실하게 도와드리자가 인생의 모토입니다. 어찌 됐건 일을 맡아서 도움을 드리게 되는 경우에 애매하게 계약상 내용만큼만 애매하게 도움을 드리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함께 일하기로 했으면 할 수 있는 한 능력을 활용해 후회가 없도록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수직 아닌 수평으로
누군가는 단순한 인생의 목표든 직업이든 어릴 때 꿈꿔왔던 미래를 그리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성공에 안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 씨는 다르다. 어린 나이에 사회에 뛰어든 만큼 변호사로서는 인정받은 지도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남다른 목표를 세웠다. 좀 더 높은 곳,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말이다.

“저는 가정에서 인정받고 지역 사회에 인정받는 지역인재를 꿈꾸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기회가 된다면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지만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싶다는 목표죠. 그런 차원에서 무료 봉사나 여러 활동 등을 꾸준히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 이 기사는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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