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벽은 터무니없이 높다. 정확히 말하면 창업을 지속하는 행위 자체는 매우 고통스럽다. 처음 가게를 차린 이들은 왠지 모를 설렘을 안고 홀로 사회에 뛰어들지도 모르지만 사회는 실상 창업자들을 반겨주지 않는다. 물가와 금리가 당장 목을 조여오는 것은 물론 홍보, 아이템 구상, 주변 가게들과의 관계 등 신경써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용현(36) 씨 상황도 마찬가지다. 온갖 악재들이 그의 등 에 업혀있단다. 웃으면서 장사를 하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김 씨의 몸짓은 분주하다.

◆공장서 식당까지
김 씨의 시작은 어찌보면 단순하면서도 힘들었다. 공장에서 매일같이 먼지를 마시고 쉴새없이 살아왔단다. 그러면서도 악착같이 목돈을 모았다. 옥천이라는 작은 동네에서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없을 것이라 판단, 대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26살이라는 나이에 고향을 떠났단다. 결국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살아남은 실력과 성실함 덕분일까. 김 씨는 장사일을 배우고 꾸준히 돈을 모아 결국에는 일 하던 가게를 인수하기까지 이르렀다.

“좋은 계기로 당시 일을 하던 3층 가게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제 첫 가게인데 열심히 하다보니 하나하나 내려오면서 2층까지 하고 결국엔 1층 매장도 인수해서 3군데를 운영했습니다. 현재 대전에서 4군데를 운영중인 상황입니다.”

 

◆하루하루가 버겁다
대전에서 가장 활기찬 곳을 하나 뽑자면 명실상부 둔산동 일대 거리다. 밤 내내 불이 꺼지지 않고 방방곡곡 청춘들이 모여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낭만을 찾는 것이 일상다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마저도 과거의 영광일까. 코로나가 그 뜨겁던 둔산동의 열기를 꺼트렸다. 김 씨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당시 운영하고 있던 가게들의 보증금을 다 깎아 먹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2022년경 사회적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매출이 쥐꼬리만큼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신문과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인구가 줄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 씨는 그러한 소식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다. 상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가게와 메뉴의 퀄리티 등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절대적인 인구 수가 중요하다는 것이 김 씨의 중론이다. 그러나 그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의 머릿속도 복잡하단다.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이상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살아남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전 상권이 둔산동에서 유성구 쪽으로 넘어가는 영향도 있겠지만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이 와닿습니다. 특히 20살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인구가 줄어드니까 매출도 자연스럽게 줄고 인력을 구하는 것도 일이다 보니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은퇴 시점은 앞당겨지니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에 뛰어 드는 분들이 많아서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지고 있죠.”

◆힘들어도 달린다
결국 김 씨는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방향으로 귀결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종 목표로 행복과 자신의 안녕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면 그의 목표는 둔산동을 한 번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를 위해 100명 넘짓이 가입해 있는 둔산동 상인회의 회장을 하는 것은 물론 둔산동 거리 축제를 추진하는 등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달리고 있단다.

“상인회 회원들도 희망하고 있는 것이 상권 살리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 시에서 진행됐던 0시축제처럼 둔산동 거리에서도 차 없는 거리축제를 진행해서 외부타지로 빠졌던 손님들을 끌어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여기서 일을 배웠고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정말 둔산동 동네가 살아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의 목표는 그것뿐입니다.”

둔산동에서 2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던 모 술집도 올해로 문을 잠시 닫고 업종을 새로이 변경한다는 소식이 스멀스멀 들려온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시간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던 가게도 코로나와 경제적 여건이라는 현실의 벽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김 씨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라며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