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가 의식주(衣食住)다. 3가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나 사람마다 우선 순위는 제각각이다. 여기 의식주 중 옷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한 청년이 있다. 김산호(35)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옷을 사랑해 시작한 일로 이제는 환경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아하기에 시작한 일

김 씨가 빈티지숍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우선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는 ‘좋아함’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인데 ‘우연히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옷을 좋아했습니다. 돈이 별로 없던 어린 시절 보세옷을 주로 입었습니다. 패션에는 유행이 있죠. 당연하게도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던 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같은 혹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빈티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김 씨가 말하는 빈티지의 매력은 ‘희소성’에 있다. 여기에 ‘퀄리티’가 높다는 점 또한 한몫한다.

“단순히 과거의 옷이 ‘구제’라고 한다면 빈티지는 값어치가 있는 옛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재평가를 받는 과거의 옷, 또 몇 벌 남지 않았다는 희소성이 있는 것들이 빈티지죠.”

빈티지 매력에 푹 빠진 김 씨는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7평짜리 작은 가게였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처음으로 시작한 일, 쉽지만은 않았다.

“지하상가에서만 8년을 장사했습니다. 당시 신조가 하나 있었는데 ‘11시 오픈해 12시까지 하나를 팔지 못하면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자’였죠.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를 위한 스스로의 약속이었지만 하루 종일 컵라면만 먹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그래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포기하지 않았다’입니다.”

◆반드시 기회는 온다

이제는 150평, 70평짜리 가게 두 곳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한 김 씨. 그는 최근의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게 당근마켓 등 활발해진 중고 거래로 인해 다시 쓰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많이 바뀐 점을 꼽는다. 또 그것이 자신에겐 기회였다고.

“자신이 입던 것을 팔아도 보고 남들이 입던 것을 사서 사용해 보니 중고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습니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구제, 빈티지에 대해 ‘그것을 왜 입느냐’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최근엔 그런 거리낌이 줄어들었죠.”

인식 변화가 기회였다고 말하는 김 씨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그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의 비결은 포기하지 않음에 더불어 성실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은 아닐까. 지하상가에서 장사한 기간 8년. 그는 8년 동안 매달 하루만 쉬었다고 말한다. 지하상가 정기 휴무일이 한 달에 한 번이었기 때문이지만 3000일 가까운 시간 속 100일이 되지 않는 날만 쉬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

“꾸준히 고민했습니다. 남들보다 무엇을 더 해야 옷을 싸게 들여올까를 말입니다. 싸게 팔기 위해선 결국 싸게 들여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매에도 참여해보기도 하고 지도 하나만 믿고 공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메일만 보내기보다는 없는 시간을 쪼개 직접 대면했죠. 유통망이 넓어졌고 지금까지도 많은 연락을 받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편히 앉아 일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김 씨는 여전히 과거의 루틴을 이어오고 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각 매장 콘셉트에 맞는 옷을 직접 세팅한다. 손님이 찾아오면 그를 세심히 살피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옷을, 어울릴 만한 옷을 고민해 제안한다. 김 씨가 1인샵을 운영할 때부터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단골손님 중에는 알아서 해달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만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사는 디테일하게 해야 합니다. 손님의 니즈를 잘 맞춰야죠. 그렇다고 욕심을 부려선 안됩니다. 꾸준하게 루틴을 지키다보면 결국 기회는 찾아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길

머지 않은 미래에 전국 체인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김 씨는 빈티지숍의 장점으로 저렴한 가격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경기도 한 공장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소각을 앞둔 재고가 있는데 한 번 보러 오지 않겠냐는 연락이었죠. 옷은 만드는 과정에서도, 또 소각하거나 썩는 과정에서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옷을 한번 입고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입고 해외에 수출해 또 입는다면 그만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 아닐까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김 씨는 기부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바자회에 옷을 기부하는 등의 직접적인 도움과 함께 손님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매장 회원으로 가입하면 구매 금액의 5%의 기부 마일리지를 제공합니다. 연말 등 기부활동을 펼칠 때 회원이름으로 같이 기부를 하죠. 또 에코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제작한 에코백을 들고 오는 손님에게는 추가 할인을 제공하죠.”

사장이 됐다고 뒤에서 머리만 쓰는 사장이 아닌 직원과 함께 하는 사장을 꿈꾸는 김 씨. 언젠가는 옷을 재활용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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