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호의 #길]

[차철호의 #길]
장태산 단풍 붉은가을 보고서
(2024년 11월 23일 기록)
절정의 계절을 만나러 가는 길. 버스도 만원이었다. 초록버스 22번. 외국인도 많았다. 타 지역 사투리도 크게 들렸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목소리와 얼굴. 버스가 장안저수지 지나 휴양림 길목에 들어서자 감탄사가 들려왔다. 붉은 빛 메타 거구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주차장 가득 자동차와 많은 사람들이 장태산휴양림 인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1. 국민 포토존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사계절 매력적인 곳이지만 늦가을 끝판왕 명성이 가장 높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1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 5곳’에 이름 올린 핫스폿 되시겠다. 원체 늦가을 명소로 유명했지만 몇 해 전부터 SNS를 통해 소문난 포토존이 이름을 더 알렸다. 출렁다리 위쪽 장태산둘레길 조망쉼터. 국민스폿이라 불리는 그곳 먼저 오른다.


시끌벅적한 행렬이 먼저 보인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 ‘발 디딜 틈 없다’는 표현이 마침맞다. 사진 찍기 위해서 줄 선 사람들. 대부분 인생사진에 대한 기대로 밝은 표정이었지만 긴 줄 ‘웨이팅’에 심기가 불편해보이기도. 명불허전 메타 숲은 감탄사를 부른다. 색감이 다른 해보다 탁해진 듯한 아쉬움도 든다. 어쩌면 SNS에서 예쁘게 보정된 사진들이 현실을 왜곡하는지도 모른다. 삶도 마찬가지다.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타인의 삶과 나의 현실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2. 아는 사람만 아는
긴 줄을 뒤로하고 두 번째 조망터로 발을 옮긴다. 3분 남짓 더 올라가면 되는데,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스폿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도 웨이팅. 많진 않지만 먼저 온 몇 분이 사진을 찍고 있다.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출렁다리와 스카이타워를 내려다본다. 출렁다리와 스카이타워를 품고 걷는 사람들을 본다.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행복해 보인다.


오래 머물지 않고 내려와서 출렁다리를 건넌다. 출렁다리는 2019년 준공됐다. 140m로 짧지만 메타세쿼이아와 눈 맞추며 걷는 매력,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중을 걷는 기분, 스카이웨이의 시작이다. 15m 높이 스카이웨이로 진입하면 공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여름엔 초록세상 속으로, 가을엔 붉은 계절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하늘길’이다. 길이 196m 하늘길 끝엔 27m 높이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기다린다. 빙글빙글 네 바퀴를 돌아 오르면 스카이타워의 깨끗한 바람이 마중 나온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살랑살랑 바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3. 그의 숨결
숲속 어드벤처에서 나와 메타세쿼이아 숲속으로 빠져든다. 산림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메타 숲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곁들여지면 더욱 근사한 곳이다.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살아가겠다. 이는 살아오는 동안 세상의 거짓과 가면 쓴 생활을 미워했기 때문이며 흙과 나무는 속이거나 기만하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 한 그루 지나칠 때마다 1972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 故 임창봉 선생의 손길이 느껴진다. ‘세상의 거짓과 위선이 미웠다, 산에 들어오니 마음이 정말 편했다’는 임 선생. 임 선생의 숨결은 수많은 사람들의 휴식이 되고 치유가 되고 있다.

#4. 팔마정
장태루·형제바위 들렀다가 장안저수지 팔마정으로 향하는 길이다. 장태루에서 장안저수지 방향으로 보면 소박한 출렁다리와 그 위쪽에 정자 하나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다. 팔마정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팔마정에 든다. 이곳 장안저수지 일대가 물에 잠기기 전에 팔마마을이라 불렀다고. 八馬. 붐비는 곳에 있다가 조용한 공간에 서니 이제야 산에 든 감각이 돌아온다. 호수를 품고 햇살과 바람과 함께 늦가을을 만끽한다.
내려와서 버스 타러 가는 길. 시간 맞춰 내려왔더니 곧바로 버스가 온다. 버스가 왔는데 완전 만원이다. 걸어가기로 했다. 흑석동까지. 흑석동에서 다른 버스 타고 가야지, 걸어간다. 운치 만만찮은 갑천누리길 코스로 간다. 1시간 남짓 걸었을까, 흑석네거리 도착. 버스 몇 번 탈까 살펴보려는데 정거장 옆 타슈가 유혹한다.

#5. 타슈 타고 집으로
흑석리역, 흑석유원지(수영장 정거장), 갑천누리길 오솔길, 장평보 지나 노루벌이다. 노루벌 적십자생태원 메타세쿼이아 숲이 손짓한다. 타슈 세우고 잠깐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타슈 반납 1시간 타임라인 생각하며 참는다. 나중에... 밖에서 보는 생태원 메타숲도 근사하다. 생태원으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한 커플(로 보이는 남녀)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삼각대 없이 바닥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풍경.


노루벌과 상보안 사이 또다른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난다. 갑천누리길 걷거나 자전거 탈 때 휴식을 주는 곳. 안타깝게도 지난 여름 호우 때 덱(deck) 다리가 유실돼 오랫동안 방치돼 있더니 덱 없이 길로 이어져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곳 메타 길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장태산의 붉은 계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생각해본다.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으로 예측하면, 11월 말까지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1월 말과 12월 초를 고비로 메타 잎이 많이 빠지면서 겨울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한가로운 겨울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