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범 대전서중학교 교사

▲ 백마고지 전적지 위령비 앞에서 묵념.

대전서중학교는 지난 13~14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4학년도 통일교육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였다. 평소 같으면 교실에서 수업을 받겠지만 학교 밖으로 친구들과 나간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웃고 있지만 나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무실에서 1박 2일의 계획을 다시 확인하고 몇 가지 서류들은 챙긴 뒤 보건실로 가서 구급상자를 챙기고는 곧장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이번 체험학습은 특별히 교장선생님께서 함께해주셨다. 나는 교장선생님과 여학생들이 타고 있는 2호차에 배정되었다. 학생들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하나하나 살펴본 뒤, 드디어 철원으로 출발하였다. 학생들에게 놀러 가는 것이 아닌 교실 밖에서 또 다른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교사: 얘들아. 백마고지 전투에 대해서 검색해보고 선생님 카톡으로 정리해서 보내면 상점을 줄게.
학생들: 진짜요? 네. (분주히 검색해본 뒤) 보냈어요!
교사:‘복붙(복사+붙여넣기)’이구나. 탈락.

대전에서 철원은 정말 먼 길이었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이제 잠잠해지니 드디어 철원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학생들은 앉히고 가스버너를 켜주면서 50여 명의 학생 손님들을 맞이하는 식당 직원으로 빙의했다. 만두전골을 든든히 먹어 다시 기운을 차린 서중 1학년은 본격적으로 견학을 이어갔다.

다시 버스를 타고 횃불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는 한탄강 위로 지어진 흔들다리를 건너편 언덕 위에 있었다. 흔들다리를 건널 때 학생들의 ‘꺅~!’하는 소리가 한탄강의 물소리와 뒤섞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한탄강의 물줄기와 철원평야를 한눈에 바라보고 나선형 계단으로 걸어 내려올 수 있었다.

이어서 백마고지 전적지로 이동했다. 때마침 어느 신병교육대대가 안보 견학을 와있었다. 실제 군인들이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군가를 부르며 우리를 맞이하는 듯했다. 위령비 앞에서 경건하게 묵념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이어서 위령비 앞에 섰다. 우리나라가 여러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져 왔다는 점과 아직 전쟁 중이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며 다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쟁의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노동당사를 잠시 둘러보고 숙소로 들어왔다. 이곳저곳 돌아보느라 지칠 법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기운이 넘쳤다. 새벽 4시까지 불침번을 서며 학생들의 열기를 다스려줘야 했다. 코피가 난 학생을 지혈해주기도 하고 보일러 온도도 조절해주면서 다음 날 일정도 열심히 참여하기를 기원했다.

둘째 날은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차례로 견학했다. 특히 제2땅굴에서는 학생들의 안전모를 하나하나 씌워주면서 안전하게 보고 나오도록 안내했다. 땅굴에 들어가서는 하얀색 페인트로 표시해둔 구멍, 미세하게 경사를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한 점 등을 통해 북에서 땅굴을 만들었다는 증거를 설명해주었다.

철원에서 대전까지 먼 길을 다시 내려왔다. 귀한 시간을 내서 간 만큼 학생들이 평화와 통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학생들과 함께 안전모를 쓰고 땅굴에 들어간 교사의 추억을 남겨본다.

제2땅굴 견학.
제2땅굴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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