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성명

▲ 30일 무안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희생자 힙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위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사고는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트라우마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으로 여러 가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안 대참사’의 충격파는 직·간접적인 트라우마를 유발하고도 남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트라우마 대응을 위한 성명서를 통해 치유의 길을 안내했다.

두 학회는 성명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단체로서 이 재난 참사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건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라고 허두를 뗐다. 좀 더 확장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사고 수습에 참여한 여러 관계자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는 대중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두 학회는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용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와 애도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며 “재난 같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건강한 대처와 더불어 가족·친척·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눠볼 것을 권유한다”며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과 미디어에는 트라우마 인식을 주문했다. 이들은 “뉴스룸은 재난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지식과 대처를 숙지하도록 해 취재원, 언론인, 국민을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대중도 사고 관련 보도에 대해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시청하길 권유한다.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금을 그었다.

정부의 역할론에도 밑줄을 쳤다. 이들은 “정부가 신체적인 회복과 더불어 생존자와 유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생존자와 유가족이 적절한 치료와 심리지원을 충분히 받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사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학회는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다.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 지역사회, 관계 기관, 전문가, 언론,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재난의 수습과 복구, 재난 경험자의 회복을 위한 역할에 충실하며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 2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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