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학교마다 학사 일정은 다르겠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다음 주가 방학식이어서 주중에 맞이하는 신정이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 분들이 겪고 계실 고통을 떠올리면 어느 해보다도 더 차분한 분위기로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학기말, 그리고 연말연시라고 생각된다.
학교는 연말연시가 되면 겨울방학을 준비하는 여러 일정에 돌입한다. 고3의 경우에는 합격자 등록, 추가 합격을 기다리는 학생들과 분주하게 상담을 이어가는 선생님, 졸업식을 기다리며 남은 학교 일정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고1과 고2는 기말고사를 치른 후 성적 처리를 하고 확정된 등급을 부여받으며 내년의 학습 방향을 정하고 추가적인 진로 탐색을 선생님과 함께 의논한다.
물론 학교 공간이 수업, 필기, 학습, 평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공부’의 모습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축제가 펼쳐지는 시기가 바로 요맘때이기 때문이다. 방송반은 다채로운 방송제를 준비하기 위해 참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느라 분주하며 학급에서는 단체 춤 연습을 하거나 합창 연습을 위해 협력하는 활동을 벌인다.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한 편에 속해 같이 춤 연습을 하거나 노래 연습을 하는 분들을 찾아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도 그중 하나이지만.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서 아이들의 안전한 활동을 살피며 춤 연습도 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올해 초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아이들이 우리 반에 올 것인가, 조례와 종례 시간에 내 말에 잘 귀 기울여 줄까, 수업 시간에 내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울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고민을 하며 우리 반 아이들을 맞이했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억이 행복했었던 것은, 나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의사 표현, 다채로운 상호작용의 노력을 아이들이 잘 이해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순간에서 그 순간을 바라보았을 때 아름다우면서도 아쉽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올 한 해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신학기 우리 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할 때 오히려 이 순간 현재를 감사하면서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비단, 학기를 마무리하는 교사의 입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가족에게도, 직장의 동료에게도, 일상 속에 우리를 위해 애쓰는 수많은 분들에게도 후회 없이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아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황폐한 마음과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한 해 또 반복되고 지나가는 일상의 일부라고 생각했었다면 지금의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런 아쉬운 마음은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작년의 마무리와 올해의 시작을 경건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다가가 보려고 한다.
새해에는, 이미 시작한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고 나와 주위를 모두 이롭게 하는 용기 있는 결심이 연말에 돌이켜보았을 때 매우 소중한 결과로 다가오길 바란다. 우리 반 아이들의 새로운 학년 출발도 힘차게 응원하고 싶다. 다시 한번, 이번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과 유가족 분들께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