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가 범행했으니 우울증이 원인? 비약”
전문의 소견서가 범죄 촉발 의혹에도 ‘사실 무근’

사진 = 대한의사협회
사진 = 대한의사협회

대전 초등학교 학생 살해사건과 관련, 우울증 진단 소견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의혹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우울증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13일 “교사의 범행 원인과 동기 등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울증이 이 사건의 원인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이번 사건을 사실상 방임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할 때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보고돼 있고 일부 범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건은 우울증과 무관하게 발생한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부연하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단편적인 인과관계로 판단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논리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반감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 낙인효과로 이어지고 환자 치료를 저해해 한국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소견서 작성 부실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의협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진단하거나 치료할 시 신체적인 증상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이나 대인관계 등 외부적인 요소 또한 고려해야 하기에 매우 신중히 접근하고 있으며 소견서 작성 시에도 환자의 증상과 경중을 매우 꼼꼼히 따져 작성한다. 또 정신과 의사가 미래의 폭력행동에 대해 완전한 신뢰성을 갖는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해자의 범행동기와 병력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우울증 환자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실에 따르면 가해 교사를 진료한 의사는 지난해 12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해 현재까지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 안정 가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는데 20여 일 뒤 해당 교사가 복직 신청을 할 때 제출된 진단서에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사라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임’이라는 소견이 담겼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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