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계획에
이전 관련 방안 논의된 바 없고
부서간엔 책임 떠넘기기만 바빠
시민단체 “市 의지 부족” 지적

대전역 광장에 있다가 보문산에 옮겨진 을유해방기념비. 김동직 기자
대전역 광장에 있다가 보문산에 옮겨진 을유해방기념비. 김동직 기자

<속보>=“시민이 세웠으나,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대전시의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약속이 4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시는 시민 여론조사와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전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이행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본보 27일자 1면 등 보도>

ㄴ 제자리 대전역으로 옮긴다던 대전시
ㄴ 보문산에 갇혀 있는 을유해방기념비
ㄴ [사설] 대전역 이전, 관건은 의지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을유해방기념비는 과연 이전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본보 취재 결과 시는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계획을 담았던 대전역 서광장 재창조 사업이 흐지부지 되면서 이를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건설 계획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해당 방안엔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관련 사항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사실상 을유해방기념비 이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시 철도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현재 기본 계획 단계이다 보니 을유해방기념비가 반영되진 않은 상황이다. 관련 부서에서도 공식적으로 요청 온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을유해방기념비. 김동직 기자
을유해방기념비. 김동직 기자

이에 대해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에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여부와 관련한 의견 조회가 오지 않았고 만약 해당 부서가 검토를 진행하면 문화유산과 차원에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며 원론적 입장만 제시했다.

을유해방기념비 이전을 놓고 부서 간 핑퐁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데 시민사회단체에선 시의 소극적인 대응에 아쉬움을 삼킨다. 시민 의견을 토대로 이전이 결정된 시민의 자부심이자 역사적 기억의 상징인 을유해방기념비가 광복 80주년인 올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보문산 기슭에 가려져 홀로 서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이 원래 자리로의 이전을 원했는데 정작 시 행정은 이를 단순한 민원 정도로 치부했던 것 아닌가 싶다.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역사적 기억을 지키는 것이 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꼬집었다.

시의 ‘검토’에 발목 잡힌 을유해방기념비를 바라보다 못한 시민사회단체에선 민간에서라도 그 의지를 잇자는 목소리가 뭉치고 있다. 시의 박약한 의지 탓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을유해방기념비의 역사적 의미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면 민간에서라도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현재로서는 시 고위직이나 실무자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움직이느냐가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완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실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긴 하지만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광복절에 을유해방기념비에서 기념 행사 개최를 논의 중이다. 을유해방기념비가 가진 역사성이나 상징성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면 우리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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