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섭 충남농업기술원 작물경영연구과 연구운영팀장

21세기 농업은 식량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주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종자 산업은 ‘작은 씨앗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국가의 농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세계적으로는 다국적 종자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몬산토(Monsanto), 신젠타(Syngenta), 바이엘(Bayer) 등의 글로벌기업들이 유전자 변형 작물(GMO)과 특허를 통해 종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의 종자 주권을 확보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우수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 또한 이러한 종자주권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의 부속 의정서로, 생물자원 이용 시 자원 제공국의 사전 승인 및 이익 공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외국 종자를 활용할 때 발생하는 로열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품종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의 ‘힘쎈씨앗프로젝트’는 이러한 종자주권 강화의 일환으로, 지역 특화작목의 신품종 개발을 통해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자국 농업의 자립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2024년도 대한민국 종자분야의 ‘장영실’상이라 불리울 정도로 유명한 우수품종상에 딸기 ‘킹스베리’와 인삼 ‘금선’ 품종이 수상하며 충청남도의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본 기고에서는 충남의 특화작목 신품종 개발 현황과 계획을 바탕으로 ‘힘쎈씨앗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우수품종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기후변화 적응형 품종 개발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 빈도 증가와 환경 스트레스는 농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내염성 벼(지키미), 고온 적응성에 강하고 습해에 강한 인삼(금선) 등 내재해성 품종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이를 더욱 확장하여 벼, 마늘, 인삼뿐만 아니라 딸기, 구기자 등 다양한 작물에서도 내재해성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특히 지역특화작목별 기후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품종을 육성하여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디지털 육종 기술 도입을 통한 신속한 품종 개발이다. ‘힘쎈씨앗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최신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딸기와 상추에서 대량 전사체 분석을 통한 저항성 유전자 검정 및 GWAS 분석을 활용하면 고부가가치 우량종자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을 확대 적용하여 다양한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스마트팜 시설 확대에 따른 작목별 스마트팜 전용 품종개발이다. 기존 시설에 적용된 품종 외에 연중 생산이 가능한 시설에서 다수확, 연속출뢰성, 병해충에 강한 스마트팜 시설전용 품종개발이 요구된다. 딸기의 경우 고온 장일에서 연속 출뢰가 되고 육묘노력을 절감할 수 있는 종자번식용 품종개발 등이 요구된다. 토마토는 고온에서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품종이다.
네 번째 개발된 신기술 신품종이 현장 접목을 통한 신속한 보급과 실증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리빙랩(Living Lab) 기반의 실증 연구를 통해 농업인이 직접 참여하여 현장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구기자 비가림 재배 적응성 품종, 국화 고온 적응 품종 등의 실증 연구, 수출 전용 딸기 품종재배를 확대하여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대와 안정적 재배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자 생산 및 보급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충남에서는 아산의 벼, 홍성의 딸기 등을 중심으로 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맞춤형 우량종자의 안정적인 생산과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주요 작물뿐만 아니라 신규 개발되는 품종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생산 및 보급망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스마트팜 투입 작물의 경우, 사전에 계약 재배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충남농업기술원의 ‘힘쎈씨앗 프로젝트’는 단순히 우수품종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자주권을 강화하고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적응형 품종 개발, 디지털 육종 기술 활용, 스마트팜 전용 품종, 실증 연구 강화, 종자 생산 및 보급 체계 확립 등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농가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품질 높은 농산물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힘쎈씨앗프로젝트’가 충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업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