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 역명 오는 10월까지 확정
정체성 반영 도시 브랜드 가치↑
“위치 안내 넘어 도시 상징으로”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과 더불어 정거장 명칭 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순한 위치 안내를 넘어 정거장을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만들어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전체 45개 정거장을 대상으로 10월까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이름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기본계획상 가칭이 설정된 상태로 향후 설문조사와 시·구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식 명칭이 결정된다. 명칭 선정 기준은 행정동 명칭과의 일치 여부, 지역의 역사적 배경, 인근 주요 시설과의 관련성, 시민이 쉽게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는 표현 등이다. 실용성과 상징성 두 가지 측면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시는 각 정거장 명칭이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시민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검토를 거쳐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명칭 제정 계획을 수립하고 전문가 자문 절차를 마쳤다. 이달부터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10월까지 지명위원회 심의를 통해 명칭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과정을 단순한 행정 절차로 보지 않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도시 브랜드 형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정거장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넘어서 도시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입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는 활기찬 문화와 쇼핑, 예술을 상징하고 도쿄 ‘시부야(渋谷)’는 젊은 세대와 대중문화의 중심지로서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서울 ‘경복궁역’ 역시 인근의 문화유산과 연결돼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전통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김수연 도시디자인 전문가는 “정거장 명칭은 단순한 길찾기가 아니라 도시가 누구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의 고유한 의미를 담되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시는 이러한 상징성과 실용성을 반영해 트램 정거장 이름을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적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이 직관적으로 찾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대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명칭을 확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