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사진=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직에 오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선정한 차기 교황 유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할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회의)를 앞두고, 현지시간 지난 22일 총 12명의 유력한 후보군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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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추기경은 같은 아시아 출신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에 이어 11번째로 소개됐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유 추기경을 “남북한 화해를 모색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이라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그의 이력을 요약했다.

“1951년 11월 17일 충남 논산 출생. 1979년 로마에서 사제품·교의신학 박사. 대전교구장으로 남북 교류에 힘썼으며 4차례 북한 방문.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2022년 추기경. 평화와 화해의 대화를 모색하는 인물.”

그가 일원으로 활동한 포콜라레 운동은 ‘벽난로’를 뜻하며, 지난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여대생 끼아라 루빅이 시작한 사랑과 연대를 중심 철학으로 한 평신도 운동이다. 이 운동은 '마리아 사업회'(Work of Mary)라는 명칭으로 교황청에 등록됐고, 1950년대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로 확산됐으며, 한국에는 1969년에 전해졌다.

유 추기경은 지난 2021년 6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위상과 인맥을 넓혀왔다. 실무능력과 소탈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만 73세인 그는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거권뿐 아니라 피선거권도 지닌다.

이 매체가 함께 꼽은 다른 유력 후보로는 피에트로 파롤린, 마테오 주피,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이상 이탈리아),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콩고민주공화국), 블레이즈 쿠피치, 조셉 토빈(이상 미국), 페테르 에르되(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스웨덴), 장마르크 아벨린(프랑스), 후안 호세 오멜라(스페인) 추기경 등이 있다.

12명의 후보 중 이탈리아 출신은 3명이며, 나머지 9명은 모두 비이탈리아권 인사다. 아시아계 인물은 타글레 추기경과 유흥식 추기경, 단 두 명이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일간지로, 교황청 내부에도 깊은 정보망을 구축한 매체로 알려져 있다. 교황청 주변에서는 이 언론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에서 유 추기경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교황청 내부의 기류나 시각이 일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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