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동 충남도농업기술원 과채연구소장
“토마토는 잘 자라고 있지만 농업인은 점점 지쳐간다.” 이는 한 토마토 스마트팜 농가의 절절한 목소리다. 스마트팜은 농업의 미래로 주목받으며 고부가가치 작목인 토마토가 대표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첨단 기술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적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마토 스마트팜은 ICT 기술을 접목해 온실 내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둬 발전해 왔다. 정부의 장비 보급 지원과 기술 확산 정책에 힘입어 스마트팜 시설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농업인의 실질적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 활용 격차다. 많은 농업인들이 고가의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비싼 장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청년 농업인의 자립 기반 미흡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통해 배출된 청년 농업인들은 시설 설치 이후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낮은 수익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의 일시적 지원은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인 경영 안정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데이터 표준화 부재 역시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온실 환경, 작물 생육, 수확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간 호환성 부족과 분석 도구 보급의 한계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수많은 데이터가 ‘죽은 정보’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현장 중심의 맞춤형 기술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장비 보급에 그칠 것이 아니라 농가의 이해도와 역량에 맞춘 단계별 스마트팜 모델을 보급하고 실질적인 사용 교육까지 병행해야 한다. 기술은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스마트’가 된다. 둘째, 청년 농업인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사후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시설 설치 지원을 넘어 초기 소득 보전, 경영 멘토링, 판로 개척 지원 등 전 주기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전국 스마트팜 데이터를 통합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AI 기반 생육 예측, 수익성 분석, 경영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토마토 스마트팜이 지닌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정책 주도형 스마트팜’에서 벗어나 농업인이 주체가 되는 ‘현장 중심 실질형 스마트팜’ 생태계로 전환할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은 현실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