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귀 걷기(fart walk)’라는 신조어가 있다.
캐나다의 배우이자 작가, 요리 블로거인 메릴린 스미스(Mairlyn Smith)가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저녁 식사 후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하는 가벼운 산책을 뜻한다.
올해 70세인 스미스는 지난해 3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저녁 식사 후 10분에서 20분 사이의 ‘방귀 걷기’는 멋지게 나이 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후 #방귀걷기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들이 틱톡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전문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제안이었지만, 전문가들도 이 ‘방귀 걷기’가 소화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고 전반적인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이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러 문화권에는 식후 산책의 오랜 전통이 존재한다. 이탈리아의 ‘라 파세지아타(la passeggiata)’가 대표적인 예다. 저녁 식사 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거리나 공원을 산책하는 문화로, 이탈리아인들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스페인의 파세오(paseo), 튀르키예의 아크샴 예르위르시(Akşam Yürüyüşü)도 유사한 관습이며, 한국과 일본의 산책, 중국의 ‘산보(散步)’ 역시 식후 걷기의 전통이 있다. 중국에는 “식사를 마친 후 매번 일백 걸음을 걸으면 99세까지 장수 할 수 있다”라는 말도 전해진다.
현대 의학도 식후 걷기의 건강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걷기는 장 활동을 자극한다. 위나 장에 공기가 차는 ‘헛배 부름’은 음식 섭취와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인데, 이때 운동은 장이 대변을 이동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위장병 전문의 크리스토퍼 댐먼 박사는 “장은 저절로 잘 움직이지만, 신체 활동을 하면 더 잘 움직인다”라고 설명하며, 걷기를 통해 복부 팽만감과 가스, 심지어 위산 역류 증상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 티우탄 박사(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식후 걷기는 장운동 즉, 장의 움직임을 촉진하여 가스를 제거하고 변비를 예방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식후 걷기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혈당 조절 효과 때문이다. 식사를 하면 당분이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류로 들어가면서 혈당이 상승하고, 췌장은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면 고혈당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서 지내며 운동이 부족한 경우 고혈당 위험이 더욱 커진다.
티우탄 박사는 식후 걷기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인슐린 조절에 도움이 돼 암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면서 “방귀 걷기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걷기에도 ‘타이밍’이 있다. 전문가들은 식후 60분 이내에 걷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 시기가 포도당 흡수가 가장 활발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댐먼 박사는 이전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식후 바로 운동하는 것이 혈당 수치 조절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네 산책이나 점핑잭처럼 단 5분만 심박 수를 높이는 운동만으로도 식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줄이는 데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활발한 신체 활동은 소화와 신진대사를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암 위험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따르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병 위험이 2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예방 효과도 보고됐다.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하루 3,800보를 걷는 것만으로도 치매 발병 위험을 2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걷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건강에 유익한 건 분명하다.
댐먼 박사는 “몸을 움직이면 장을 자극하고 활성화 할 수 있다. 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밖에서 할지, 실내에서 할지, 운동 중에 할지 아니면 운동을 하지 않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