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니스트·문학박사

백범당 마루에 있는 백범 김구 전신상.
백범당 마루에 있는 백범 김구 전신상.

충청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마곡사에서는 백범 김구가 돌아가신 날을 추념하며 매년 6월 26일에 추모 다례재를 열어 선생을 기리고 있다. 올해가 제76주기이다.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고 민족의 지도자이며 위대한 독립운동가이다. 그의 본관은 안동이고 호는 백범이다. 본래 이름은 김창암이었으나, 동학에 입교하면서 김창수로 개명하였고, 37세에 김구로 다시 개명하였다.

김구는 1876년 8월 29일 황해도 해주 백운방 텃골에서 아버지 김순영과 어머니 곽낙원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1893년 동학에 입도하였고, 황해도에서 선봉장이 되어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하였다. 이후 의병 활동에 가담하여 1896년 3월 명성황후를 시해한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인 쓰치다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주막에서 처단한 후 해주 감옥에 투옥되고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고종의 사형집행 중지 명령으로 살아나 1898년 3월 탈옥하여 천안, 보성, 김천 등 삼남 지방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해 늦가을에 계룡산 갑사에서 개성 출신 이서방을 만나 마곡사에서 23세에 삭발하고 출가하여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후 1931년에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활동하였고, 1940년에 임시정부 주석에 취임하였다. 광복 후에는 남북협상을 제안하며 단독정부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재야에서 활동하다가 1949년 6월 26일 자택인 경교장에서 육군 소위 안두희에게 암살당하여 서거하였다. 이후 국민장으로 장례가 치러졌고 서울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다.

김구가 출가하여 6개월여를 보낸 마곡사는 그가 서거한 후 그의 사십구재와 추모 다례재를 드리는 등 그를 잊지 않고 기리고 있다. 마곡사에 가면 당시 그가 머물렀던 백범당과 백련암이 있고, 일생을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화합을 위해 몸 바친 그를 기리기 위해 백범명상길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의 어록이 새겨진 흉상 조형물을 설치하였다.

백련암에 있는 백범 김구의 흉상과 어록.
백련암에 있는 백범 김구의 흉상과 어록.

㉠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느님께서 물으신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오직 대한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 또 그 다음 소원을 물어도 “내 소원은 우리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라고 답할 것이다.

㉡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눈 덮인 들판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은 백범이 마곡사에서 계를 받고 수행하던 백련암의 김구 조형물에 새겨진 어록이다. 나의 소원은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임을 강조하며, 독립만 된다면 문지기가 되어도 좋고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는 것이다.

㉡은 마곡사에서 삭발하고 출가했던 그 현장인 삭발바위의 김구 조형물에 새겨진 어록이다. 백범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그는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는 문화강국을 꿈꾸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2025년 5월 현재 OECD, IMF, 세계은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분야가 반도체 메모리 시장, 조선산업, 대학 진학률, 휴대폰 보급률, K-POP 시장 성장률 등 15가지 분야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 백범이 마곡사에 있을 당시 명상과 산책을 즐겨 했다는 마곡사 백범명상길의 김구 조형물에 새겨진 어록으로 백범당 마루 벽면에도 전시되어 있다. 이는 휴정 서산대사의 선시로 알려진 답설(踏雪)로서 백범이 생전에 좌우명으로 삼아 휘호로 즐겨 쓴 것이다. 백범당 마루 벽면에 걸려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의 사진과 행복, 양심국가라는 친필 휘호와 태극기 등이 아직도 백범의 발자취와 숨결을 느끼게 한다.

백범 김구가 수행했던 백련암 뒷모습.
백범 김구가 수행했던 백련암 뒷모습.

백범 김구가 답설을 좌우명처럼 친필 휘호로 즐겨 썼다는 것은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도 뒷사람을 생각해 함부로 걷지 않고 모범 보이기를 실천하고 또 소원한 것으로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며 귀감이 되고 있다. 이것이 이타적인 고결한 지사의 면모요, 선비의 모습이며 높은 문화를 지닌 완전히 독립한 나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 이것은 그의 또 다른 인류애적 진정한 행복이요 양심국가의 모습이며, 화합과 평화로 가는 길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백범의 이 이타적인 인류애와 함께, 내가 진정으로 소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마곡사 백범명상길을 다시 산책해야겠다.

방경태 문화칼럼니스트·문학박사
방경태 문화칼럼니스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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