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충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여름철이면 폭염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처럼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반복되며 농업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일터가 되고 있다. 특히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에서 장시간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농업인은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이 2024년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도내 전체 온열질환자 244명 중 농업인은 81명으로 3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온열질환 사망자 5명 가운데 2명 역시 농업인이었으며 전국적으로도 온열질환자 중 농업인이 18.1%에 달해 농업 현장이 온열질환의 주요 발생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서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증상은 어지러움, 두통, 구역질, 근육통, 발열, 의식 저하 등이 있으며 특히 고령 농업인의 경우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충남농업기술원은 8월 말까지를 ‘여름철 폭염 대비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중점기간’으로 정하고 농업 현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예방수칙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우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작업을 피하고 그늘에서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갈증이 없어도 20분마다 물 한 컵씩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에는 두 시간 이내에 30분 이상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며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작업복과 넓은 챙이 있는 모자를 착용해 체온 상승과 자외선을 막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2인 1조로 작업하면서 서로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례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370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는 34명에 달했다. 그중 67%가 70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35%는 논밭이나 비닐하우스 등 농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농업 활동은 폭염 속에서도 중단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예방수칙의 실천이 더욱 절실하다.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 발생 추이를 보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신체가 고온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할 경우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폭염 초기에는 자주 휴식을 취하고 천천히 더위에 적응하면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작업 전 기상정보를 미리 확인해 당일의 기온과 체감온도를 파악하고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작업 일정을 조정하거나 강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수분 보충은 갈증이 느껴지기 전에 15-20분 간격으로 이뤄져야 하며 시원한 물이나 저염분 이온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장은 밝고 통풍이 잘되는 긴 옷과 쿨토시, 넓은 챙이 있는 모자를 착용해야 하며 체감온도가 높은 날에는 시원한 그늘이나 쉼터에서 자주 휴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2인 1조 작업은 안전을 위한 기본 수칙으로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요소다. 만약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증상이 계속되거나 의식이 없을 경우에는 지체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충남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폭염예방키트’, ‘폭염 알리미 스티커’ 등의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농업인 개개인이 스스로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고 가족과 이웃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공동체적 관심과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온열질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폭염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지만 실천가능한 예방수칙만 잘 지켜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가장 큰 위험이다. 농업인은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예방에 힘써야 하며 행정기관과 지역사회도 이에 발맞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예방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폭염으로부터 농업인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