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에프에스 대표이사
전체 화재 절반 차지하는 전기화재
사전예측 시스템 구축 필요성 느껴
9년의 연구결과 ‘파이어 센스’ 개발
센서로 데이터 수집하고 AI가 분석
위험패턴 감지하면 경보·자동차단
인천남동공단 적용 화재 ‘0건’ 기록

바야흐로 물 한 방울조차 치열한 경쟁 끝에 흘러가는 시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익숙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가 진짜 강한 시대, 그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자금, 기술, 신뢰 중 무엇 하나라도 남다른 무기를 가진 기업들만이 오늘을 넘어 내일을 꿈꾼다. 대전시가 선정한 유망 중소기업들 역시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금강일보가 직접 만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존의 법칙을 품은 사람들,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성장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전기화재는 끓는 물이 아니라 숨은 불씨처럼 시작된다. 한 번 번지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 매년 반복되는 물류센터, 전통시장, 공단 화재의 절반은 예방 가능하다는 게 김영진 ㈜에프에스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그는 전기화재를 끄는 기술이 아니라 막는 기술로 이 시장에 들어섰다. 스마트 안전을 키워드로 한 에프에스는 9년에 걸쳐 전기화재 사전예측 시스템 Firesens를 개발했고 지금은 대전 전통시장 90%, 인천 남동공단까지 이 시스템을 적용하며 그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하고 있다. Firesens는 전기이상 감지 센서, 온도·CO센서, LoRa 통신 모듈, 메인 제어장치(MCU), 전원관리 유닛(PMU), 인공지능(AI) 판단 서버로 구성된 사물인터넷(IoT) 기반 화재안전 통합 시스템이다. 김 대표이사는 사람이 점검하던 시대에서 AI가 예측하는 시대로의 전환점에서 FS의 기술이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화재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전기화재는 전체 화재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밀집 구조의 물류창고, 전통시장, 공단은 화재 발생 시 대피나 초기 진압이 어렵고 피해 확산도 빠르다. 그는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며 전기적 요인의 높은 비중에 주목했고 단순 감지나 경보를 넘어선 사전예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런 밀집 시설은 불이 나면 이미 번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피해는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죠. 전기화재를 줄일 수 있다면 전체 화재의 절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기술로 만들고 싶었고 Firesens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Firesens는 분전반에 설치된 센서가 전류, 온도, 진동, 기울기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위험 패턴을 감지해 조기에 경보를 울리거나 자동 차단하는 구조다. 누설전류, 단선, 열화 같은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선 화재 ‘0건’ 기록도 남겼다.
“남동공단은 2021년까지만 해도 매년 2~3건의 화재가 있었어요. 2022년 Firesens 설치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전엔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던 걸 데이터가 대신하게 된 거죠. 이게 현장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위기에서 기술로, 용역에서 제품으로
2008년 김 대표이사는 ‘좋은 기술과 좋은 사람’을 목표로 에프에스를 세웠다. FS는 ‘Focus on Safety’, 말 그대로 안전에 집중한다는 철학이다. 초기에는 관공서 용역이 사업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창업 5년 차 대형 용역 실패는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됐다.
“관공서 용역 하나에 전력을 쏟았는데 탈락했어요. 6개월 준비 끝에 남은 건 공백뿐이었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론 회사를 키울 수 없다는 걸 실감했고 기술 중심 구조로 바꾸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무렵 전통시장과 물류센터에서 전기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대부분 전기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사전 예방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는 외주가 아닌 자체 기술을 통해 시장을 설득하기로 하고 Firesens 개발에 착수했다.
“전기화재는 한번 번지면 손쓸 수 없어요. 기술을 통해 안전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시장이 바뀐다고 느꼈고 그게 Firesens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결과를 입증해야 했기에 제품화에 집중했죠.”
◆데이터는 미래의 안전 인프라
Firesens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통합 안전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일별, 주간, 월간 위험도를 시각화해 지역의 안전 수준을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시간으로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이 중심이다.
“대전에서 어느 지역이 위험한지 이제는 발로 뛰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됩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위험도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각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이런 시스템이 안전관리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봐요.”
AI 기반 전기화재 예측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위험 집중 구역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시스템으로 Firesens는 카카오, SK 데이터센터 등과의 도입 협의를 진행 중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스마트시티 인프라로의 활용 가능성도 갖는다.
“전기 품질 데이터는 대부분 한전이 갖고 있지만 전기안전 데이터를 이렇게까지 기록하고 분석하는 건 우리뿐입니다. 도시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독립적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기술은 안전이고, 안전은 시스템이다
에프에스는 창업 이래 안전이라는 철학을 지켜왔다. 김 대표이사는 매출보다 신뢰, 기술보다 실효성을 중시하며 사전 예방 기술의 실현을 FS의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현재 회사는 연 매출 1억 원에서 37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시장에서 전기화재 예방 기술이라는 고유 영역을 구축했다.
“예방이 답입니다. 불이 나면 모두가 손해를 보죠. 전기화재 예방에선 저희가 최고라고 자부해요. 기술로 안전을 만들고 그 안전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FS가 개발하는 기술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다. Firesens는 데이터 수집, 위험 예측, 자동 경보를 통합해 도시 단위의 안전 흐름을 제어하는 솔루션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만드는 건 장비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전류 상태를 읽고 위험을 감지하며 대응을 자동화하는 일련의 흐름이죠. 기술 하나로 도시 전체의 안전을 바꾸는 것, 그게 FS가 지향하는 방향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책임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에는 책임을 넘은 신념이 담겨 있었다. 누구보다 화재를 가까이서 본 기술자의 눈으로 그는 경보보다 빠른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직 오지 않은 위험까지 상상하고 멈출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술을 쌓아 올린 시간. FS가 바꾸고자 하는 건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