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현 ㈜모바휠 대표이사
도로 위 결빙·침수·포트홀 등
운전자가 감지하기 어려운 위험
AI 기반 음파 진단시스템으로
실시간 분석하고 선제 대응도
“노면상태 읽고 차 제어하는 센서
모든 차량에 장착하는것이 목표”

바야흐로 물 한 방울조차 치열한 경쟁 끝에 흘러가는 시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익숙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가 진짜 강한 시대, 그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자금, 기술, 신뢰 중 무엇 하나라도 남다른 무기를 가진 기업들만이 오늘을 넘어 내일을 꿈꾼다. 대전시가 선정한 유망 중소기업들 역시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금강일보가 직접 만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존의 법칙을 품은 사람들,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성장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김민현 모바휠 대표이사
김민현 모바휠 대표이사

도로 안전은 단순히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 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생명, 가족의 안부, 도시의 일상까지 걸려 있는 문제다. 사고가 터진 뒤의 복구는 언제나 값비싸고 더디다. 그 사이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과 눈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진짜 안전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결빙, 침수, 포트홀은 조용하다.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도로 위에 자리하고 있다가 한순간 날카롭게 드러난다. 겨울 아침의 얇은 블랙아이스, 폭우 뒤 도로 위 작은 웅덩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균열 하나가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진다. 이런 위험은 사람의 눈이 아닌, 기술의 눈이 먼저 찾아내야 한다. 그는 사고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험을 빨리 발견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운전자들이 위험을 마주하기 전에, 관리자들이 대응을 고민하기 전에, 이미 시스템이 움직여 경고를 보내고 조치를 시작하는 미래가 바로 김민현 ㈜모바휠 대표이사가 그리는 안전의 그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먼저 보는 눈

도로 안전은 단순히 차량 운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생명, 가족의 평온, 도시의 일상이 걸린 문제다. 사고 이후의 복구는 언제나 더디고 비싸며 그 사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눈물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진짜 안전은 사고 이전에서 시작돼야 한다.

“위험은 조용히 다가옵니다. 결빙, 침수, 포트홀처럼요. 그래서 운전자가 보기 전에 기술이 먼저 봐야 하죠. 도로 안전의 시계를 사고 이후에서 사고 이전으로 되돌려놓고 싶어요. 그게 모바휠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만든 인공지능(AI) 기반 음파 진단 시스템 ‘이지웨이(EG-Way)’는 결빙, 침수, 포트홀 등 사고 위험 요소를 실시간 감지하고 대응한다. 전국 고속도로와 지자체 스마트시티, 산업단지 등 다양한 환경에 설치되며 도로 안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운전자가 블랙아이스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미 늦을 수 있어요. 우리는 그보다 훨씬 앞서서 경고를 보냅니다. 예측과 대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걸음 빠름이 수많은 생명을 지키니까요.”

◆예측이 만드는 무사고의 길

이지웨이는 센서가 수집한 노면 상태·온도·습도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위험 구간을 식별하고 전광판, 열선, 제설장치와 연동해 자동 대응까지 가능하다. 블랙아이스·침수·포트홀처럼 운전자가 구분하기 어려운 위험을 기술이 대신 찾아낸다.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본질이다.

“젖은 노면과 블랙아이스를 95% 이상 정확도로 감지합니다. 예측이 가능하다면 사고를 줄이는 건 시간 문제죠. 기술의 핵심은 빠른 발견과 선제 대응에 있어요. 운전자가 위험을 느끼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움직입니다.”

실제 블랙아이스 사고가 잦던 구간에 이지웨이를 설치한 뒤 겨울철 미끄럼 사고가 ‘0건’으로 줄었다. 예전에는 인력이 직접 순찰하며 점검했지만 지금은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으로 속도와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눈으로 보고 뒤늦게 움직이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데이터는 위험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먼저 움직이면 위험이 자라기도 전에 없앨 수 있어요. 이 한 걸음의 차이가 사고와 무사고를 가릅니다.”

모바휠 제품. 모바휠 제공
모바휠 제품. 모바휠 제공

◆연구실에서 세계로 번진 발상

김 대표이사는 KAIST 박사과정에서 ‘차량 환경에서 노면 상태 추정 및 제어’ 연구를 진행했다. 매년 반복되는 블랙아이스·침수 사고와 센서 없이 순찰에 의존하는 도로 관리 현실이 출발점이었다.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도로를 지키는 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생각이 곧 기술 개발과 창업으로 이어졌다.

“도로를 24시간 지키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사업이 된 거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술의 역할입니다.”

모바휠은 창업 5년 만에 국내 특허 16건, 해외 특허 8건을 확보했다. 홍콩에 시범 설치를 마쳤고 캐나다·미국·유럽·일본·러시아 등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이제 목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블랙아이스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와 상관없이 모든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죠. 이 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해요. 그래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모든 길 위에, 모든 차 안에

이지웨이의 다음 목표는 차량용 센서다. 주행량이 많은 택시나 버스에 우선 장착해 도심과 주요 간선도로에서 더 넓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지자체·한국도로공사·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연계해 실시간으로 안전 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기상 상황이나 시간대별 교통 패턴과 결합돼 보다 정밀한 도로 안전망을 만드는 데 쓰인다.

“최종 목표는 모든 자동차에 장착하는 거에요. 센서가 앞에서 노면 상태를 읽고 차량 제어까지 연동된다면 미끄러지기 전에 대응하는 세상이 열립니다. 저는 기술이 일상에 녹아드는 순간을 이렇게 그리고 싶어요.”

현재 이지웨이는 도로 고정형 센서 운영(1단계)과 상용 차량 장착 확대(2단계)를 병행하며 3단계인 전 차종 기본 장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모바휠 본사는 차량용 리프트와 전용 연구소를 갖춘 개발 공간에서 반복 테스트와 성능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차량이 미끄러지고 나서야 반응하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우리는 그 ‘직전’을 잡아낼 겁니다. 도로 위의 위험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전 혁신이니까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회사

그가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겨울철 블랙아이스로 인한 참혹한 사망사고를 보며 더 이상 고아나 과부,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마음속에 새겼다. 그 결심은 단순한 사업 목표가 아니라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 됐다.

“돈보다 중요한 건 비전이었습니다. 장관상, 총리상 등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죠. 성과의 상징보다 그 상을 가능하게 만든 과정과 의미를 더 소중히 여겨 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창업 초기 몇 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현재 2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 대표이사는 여전히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대전에 유능한 인재가 모여야 더 큰 기술 도약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되면 도로가 안전해집니다. 안전한 도로는 결국 안전한 사회로 이어지죠. 이 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김 대표이사는 스스로를 ‘길 위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책상 앞보다 현장에서, 데이터보다 사람의 목소리에서 더 많은 해답을 얻는다고 믿는다. 그에게 기술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도로 위에, 그리고 사람들의 안전한 내일 속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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