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사 발언 관련, 천안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 성명서 발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통분은 견딜 수가 없다.”

우리 지역 대표적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남긴 친필 기도문이다.

유 열사의 말처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그 결과 올해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작 그 기념식에서 나온 발언 하나가 독립정신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8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행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됐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발끈했다. 광복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해당 발언은 독립정신을 부인하는 뉴라이트식 역사관의 시각”이라며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인물이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지난 6월 천안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진 인물이 관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립기념관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영혼이 깃든 성역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의 수장이 “광복은 선물”이라고 말했을 때, 많은 국민이 느낀 충격과 분노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천안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18일 성명을 내고“김형석 관장이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둘러싼 역사 인식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천안=김인수 기자 ki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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