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범 대전서중학교 교사
2025년 여름은 나에게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분주했다. 3주간의 1급 정교사 연수(7월 21일~8월 8일)를 마치자마자 학생들과의 시간을 준비했다. 바로 ‘2025학년도 대전서중학교 영재학급 리더십 캠프’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이번 캠프(8월 11~13일)에서도 역시 많은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대전서중학교의 영재들은 아침부터 ‘선생님~ 선생님~’하며 나를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첫째 날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대전솔로몬로파크를 견학했다. 선거, 의회 민주주의, 과학 수사, 재판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었다. 선거 용지에 도장 찍기, 전자개표기 직관하기, 절차에 맞게 법안 발의하기, 지문 채취하기, 거짓말 탐지기 체험하기, 모의재판 참여하기 등 다양한 교육활동이 진행되었다. 특히 모의재판의 열기는 너무도 뜨거웠다.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 등 각자의 역할에 몰입했다. 재판장을 맡은 이○○학생은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판결하였다. “피고는 온라인 중고마켓에 애플이라 글을 게시하고 썩은 사과 20개를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구매자를 속이고 금전적 피해를 줬기에 징역 800년에 처한다. 땅! 땅! 땅!”
둘째 날은 한문 고전에서 배움을 얻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했다. 우선 『맹자(孟子)』의 원문을 직접 해석해보며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의미를 학습했다. 이어서 학생들과 함께 호연지기를 활용한 현수막을 제작하였다. 한자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크게 쓰고 학생들은 ‘대전서중 영재학급’ 8글자를 하나씩 맡아 쓰고 하트와 각자의 손도장으로 마무리하였다. 학생들은 붓을 쥐고 어느 때보다 집중하여 자신이 맡은 글자를 써 내려갔다. 손도장을 찍을 때는 손에 느껴지는 생소한 촉감에 소리를 질러댔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모두가 흐뭇해했다. 현수막이 마르는 동안 ‘선인들의 밥상’이라는 주제로 세종대왕의 업적을 살펴보았다. 고기를 즐긴 세종대왕처럼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학교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직접 시장에 가 고기를 엄선하시고 또 직접 불판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구워주셨다. 서중 영재들은 정성 가득한 고기를 맛있게 먹고 다음 날을 준비하였다.
셋째 날은 아침부터 계족산으로 향했다. 어제 고기를 정성스럽게 먹인 이유는 바로 서중-플로깅(Plogging, 조깅과 줍기의 합성어)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계족산에 깔린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동시에 쓰레기도 주우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기를 바랐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생인 서중 영재들이 황톳길의 질퍽함을 맨발로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두려웠었나 보다.
학생: 으악~~!! 선생님 여기를 어떻게 맨발로 걸어요~~?
교사: 선생님은 발보다도 너희들 꽥꽥 소리에 머리가 어질어질해. 얼른 올라가자~
내가 먼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독려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학생들이 하나, 둘 용기를 내어주었다. 끊임없이 재잘재잘거리는 학생들과 걷다보니 어느덧 중턱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 도착했다. 마련된 나무 데크 위에 둥글게 모여 앉아 학생들과 방학 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누었다. 쓰레기를 줍고 내려오는 길에는 선양 소주 회장님을 마주쳤다. 평일에 학생들이 걷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물어보셨다. 유○○ 학생이 “대전서중학교에서요~~!!”라고 크게 대답해 드렸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사실 이해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더욱이 그것을 기른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연지기를 내세운 것은 대전서중학교의 영재들을 믿기 때문이다. 크고 넓은 마음으로 타인·공동체·자연을 품을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3일의 캠프를 준비하고 함께 했다. 이렇게 뜨겁고 분주했던 방학을 학생들과 마무리하고 2학기를 새롭게 맞이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