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권-혐연권 끝나지 않는 논쟁,
공공장소 흡연·침 뱉기가 혐연 유발

▲ 서구 둔산동의 어느 길가에 ‘금연’ 표지가 무색하게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다. 조현재 수습기자

흡연권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흡연도 엄연한 권리라는 주장과 비흡연권 보호가 먼저라는 주장이 서로 양보 없는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흡연 예절 부족이 이 같은 논쟁을 키워왔다고 지적한다. 술에 ‘주도’가 있듯이 흡연에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는 거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식당가에서는 배수구, 건물 외벽 근처에서 담배를 입에 무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곳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뒤로는 ‘금연’ 표지가 대비된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관할 구청에 고발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흡연장소가 있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흡연구역을 철저히 지키는 흡연자가 대다수지만 흡연장을 눈앞에 두고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흡연장 주변은 늘 담배꽁초와 타액으로 뒤덮인다. 그뿐만 아니라 담뱃갑, 전자담배 카트리지, 심지어는 커피 용기 등 기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다.

실내 흡연이 전면 금지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실내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행위도 종종 발견된다. 스크린 골프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매일 ‘여긴 왜 방 안에서 흡연이 안 되냐’는 고객들과 설전을 벌인다. 차라리 물어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마감 청소를 하다 보면 쓰레기통에서 담배꽁초가 나오기도 한다. 김 씨는 “아이들과 함께 매장을 찾는 고객도 많은데 실내에서 흡연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 곤란하다”며 “비흡연자에게는 전자담배 연기도 똑같이 독하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모든 영업소는 규모와 관계없이 전면 금연이 시행됐고 2017년부터는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 10만 원을 물게 돼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흡연에 질린 비흡연자 중에는 아예 흡연 자체를 혐오하는 ‘혐연자’가 늘고 있다. 대학생 A 씨는 “담배 피우는 사람 자체가 싫다. 담배를 피운다는 말에는 아무 데나 꽁초를 버린다거나 길가에 침을 뱉는 등 다른 도덕성 문제까지 내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흡연자 사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는 나온다. 일부 흡연자들은 술에 주도가 있듯이 흡연에도 침을 함부로 뱉지 않고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연기를 내뿜는 등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년 이상 흡연을 해온 B 씨는 “담배에도 예절이 있지만 담배 자체가 나쁘다는 인식 탓에 그 예절이 경시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절 없이 흡연하는 건 같은 흡연자로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흡연자들이 예절을 지키고 비흡연자들을 보호해줘야 비로소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조현재 수습기자 chohj0505@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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