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다차원 불평등 지수
전체 중 자산 35.8%로 비중 급상승
부동산 격차 불평등 핵심 요인으로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국회 주도로 처음 실시된 이번 조사는 소득 불평등은 완화됐지만 자산을 비롯한 교육·건강 등 사회 전반의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사 결과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낮아져 소득 불평등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소득 지니계수 역시 같은 기간 0.418에서 0.392로 하락하며 격차가 줄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연세대학교의 인식조사에서 국민의 81.5%가 ‘경제·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대한민국은 공정하지 않다’는 답변도 56.6%에 달했다. 통계상으로는 개선이 이뤄졌지만 국민이 느끼는 불평등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전체 불평등 구조를 보면 2011년 기준 불평등에서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였으나 2023년에는 자산이 35.8%로 소득(35.2%)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불평등의 중심축이 소득에서 자산으로 옮겨간 셈이다. 무엇보다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는데 2023년에서 지난해 사이 지니계수 상승 속도가 가장 빨랐다.
세대별 차이도 뚜렷했다. 노인 세대의 불평등 지수(0.226)는 다른 세대보다 높았고 교육 요인의 영향이 24.2%로 가장 컸다. 반면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에서는 자산의 기여도가 42~45%에 달해 부동산 격차가 세대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입법조사처는 소득·자산·교육·건강을 통합적으로 측정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H-MDI)를 함께 제시했다. 이 지수는 2011년 0.176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해 지난 12년간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득 불평등은 완화된 반면 자산·교육·건강 불평등은 모두 확대됐다.
교육 영역에서는 소득 상위 20% 가구의 자녀가 QS 세계대학순위 상위 50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꾸준히 높아지며 가정의 경제력이 교육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 분야 역시 소득, 지역, 가구 형태에 따른 격차가 분명했다. 저소득층과 읍·면 지역, 1인 가구일수록 건강 상태가 낮았고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이들 집단의 주관적 건강 인지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입법조사처는 연구 과정에서 행정데이터 접근의 제약이 불평등 연구의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자산 데이터는 국세청 등 주요 기관의 정보가 불완전했고 교육·건강 자료는 소득·자산 정보와 연계하기 어려웠으며 대학입시 결과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연계할 수 있는 장기 추적자료가 부족해 교육 불평등을 정밀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이관후 처장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은 일정 부분 완화됐지만 자산·교육·건강 등 다차원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세제, 금융, 복지 등 전 정책 영역에서 자산 격차 해소를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