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국회 발의 입법절차 본격화 연내 통과 여부 촉각
여당 지지 부족 등 걸림돌…정치권 설득 변수로 떠올라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정치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두 지자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9월 국회에 발의되면서 연내 통과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별법에는 대전시와 충남도를 하나의 통합특별시로 묶어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두 지역의 인구와 산업, 행정 기능을 공유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를 통해 지역 경쟁력의 틀을 새로 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만 보면 입법 절차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법안 발의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고 대전시와 충남도는 연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정치권 설득에 나섰다. 3일 국회도서관에서 성일종 국방위원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국회 포럼은 그 일환으로 마련된 공론의 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성 위원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이정표를 세우는 도전”이라고 강조했고 이 시장은 “통합이 실현되면 중앙정부로부터 권한과 재정을 대폭 이양받아 준연방정부 수준의 지방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역시 “대전과 충남이 먼저 행정통합의 물꼬를 트겠다”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다만 두 지자체의 행정통합은 절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296개 조항에 달하는 방대한 법안 구조는 국회 심사를 어렵게 하고 무엇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가 부족한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충청권 내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충청광역연합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만의 통합은 방향이 맞지 않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국정기획위 국가균형성장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4개 시·도가 함께 만든 충청광역연합이 공동사업을 활성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만의 행정통합은 순서가 거꾸로 된 셈”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 체계에서도 충청권은 하나의 권역으로 설정돼 있어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정부 정책의 큰 틀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명분에 비해 제도적·정치적 정합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만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발전의 의제로 출발한 통합 논의가 국회로 옮겨지면서 여야 정치 구도로 재편될 경우 법안 심사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연내 통과가 무산될 경우 내년 7월로 예정된 통합특별시 출범 일정이 자동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 시장과 김 지사에게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현안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를 지닌 과제다. 특별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한다면 두 단체장은 지역의 숙원을 실현한 지도자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일정이 미뤄지게 되면 성과 없는 통합 드라이브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의지만 강조할 경우 통합 피로감이 여론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